
지역민 상상력과 창의력 고취시켜
개인 아이디어 성장동력으로 활용
혁신 성장 모임 단기 성과에 급급해
정작 풀뿌리 혁신그룹 빠지기 쉬워
21세기 들어와 산업화를 이끌어낸 대규모 조직들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쇠퇴하였다. 이에 따라 위로부터의 낙수 효과에 의존해 왔던 많은 지역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으로서 이미 후기 산업사회의 쇠퇴기에 접어든 유럽과 일본 등이 경험한 바 있다. 물론 그 해법도 어느 정도 제시되어 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산업 경쟁력 쇠퇴, 실업자 문제, 지역인구 감소 등 후기 산업화 단계에서의 과제는 경제 주체들의 창의와 혁신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 핵심에는 분권과 지역 혁신이 있다. 즉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생산력의 핵심은 사람이고 사람의 창의와 혁신성을 극대화하는 지역과 도시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과 도시가 기존의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발전 모델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의 길로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혁신가들을 일깨우고 뛰게 하는 일이다. 혁신과 창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이들을 움직여야 종래 방관자적 수혜자에 머물러 있는 지역민들을 적극적 참여자로 바꾸어 혁신 성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분야별 하위 부문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분권화해야 한다. 정보와 자원을 포함한 권력이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일반 사회, 그리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수평적 관계에서 공동의 문제를 찾아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혁신의 네트워크와 문화 형성이다. 다양한 혁신가들과 하위 기관들이 상호 신뢰 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일구어낸 성과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유한 혁신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쇠퇴한 산업화 경제구조를 극복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경제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지역과 도시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핵심에는 지역민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취시키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강점을 살리며, 결국에는 새로운 문화·지식 산업까지를 창출함으로써 지역 전체를 거듭나게 하는 혁신 과정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21세기형 지역 혁신에 성공하려면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를 큰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이것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져서 개인은 물론 지역 사회와 국가 수준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요즈음 부르짖고 있는 혁신 성장도 똑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창업 촉진, 지역 발전,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한 정책 모임에 가보면 예산 배분과 단기 성과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혁신가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혁신가는 빠진 채 정책 이론가나 행정가들만 모여 탁상공론에 빠지기 쉽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통적인 국가운영 체제와 관습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와 시장, 그리고 정부와 시민 간의 관계가 하향적이고 계층적이기 마련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역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일방적 예산집행과 권위적 결정에서 벗어나 혁신가와 민간 참여자 간 자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가, 1인 창조기업, 메이커스, 청년 장사꾼, 전문 프리랜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비영리 시민단체 등 다양한 풀뿌리 혁신그룹들과 함께 지역의 미래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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