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면 대구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 초 대구의 사과 재배면적은 9천523㏊로 전국 재배면적(1만1천467㏊)의 83%에 달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비가 적은 기후때문에 대구 사과는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화려했던 대구의 사과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도시 팽창에 따른 재배지 감소와 지구온난화 탓이다.
◆ 기후변화에 줄어가는 사과 농가
23일 오후 대구 동구 평광동의 한 과수원. 수확을 1주일여 앞둔 사과나무에 알차게 살이 오른 붉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평광동은 대구 사과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동네다. 이 곳에서 사과 재배가 시작된 것은 100여 년이 됐다. 한여름에도 산 바람 덕분에 서늘해서 사과 재배에 최적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었다. 40년 이상 사과를 재배한 우희택(63) 씨는 "여름 기온이 다소 높은 아랫마을에는 아오리나 홍로 등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수확하는 조생종의 수확량이 떨어졌다. 아직 주력 품종인 부사는 큰 타격이 없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2013년 235가구였던 대구의 사과농가는 지난해 224가구로 줄었다. 재배면적은 145.7㏊ 축소됐고, 생산량도 3천여t 감소했다.
이는 사과나무가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 더위를 견디기 어려운 탓이다. 사과는 생육 기온이 10~20℃로 비교적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고, 겨울에는 58일 이상 평균 기온 7도 이하에 노출돼야 이듬해 꽃을 피울 수 있다.
◆ '대구 사과' 정말 사라질까?
기후변화는 농작물 재배 지역을 북쪽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30년쯤이면 대구는 사과 재배가능지에서 제외된다.
대신 사과 산지의 명성은 강원도로 넘어간다. 이미 평창, 영월, 횡성 등 강원도 일대에 사과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60년대면 강원도도 해발고도가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과를 재배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대구와 경산, 영천, 경주 등 경북 남부권에 집중됐던 사과 주산지는 2015년에는 청송, 안동, 영주 등 경북 북부권과 충주, 제천, 예산 등 충청도로 북상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라는 악재는 있지만 대구 사과의 명맥은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태명 경북대 사과연구소장은 "사과 재배지의 북상은 기후변화보다는 사과 주산지의 도시 규모가 커지고, 사과 재배기술이 다른 지역에도 보급됐기 때문"이라며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고, 재배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대구 사과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구 사과의 브랜드 가치는 '제주 감귤'에 비할 수 있는 정도다. 대구경북도 팔공산 일대 지역을 '사과 벨트'로 묶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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