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한국 아이돌의 태동기에 데뷔하고 인기를 얻은 가수들에게 '조상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들이 아주 어렸을 때, 심지어는 태어나기도 전에 활동한 사람들이니 대선배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조상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어떠한 변신이나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2010년대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세대 아이돌들은 음악활동보다 뮤지컬이나 예능, 드라마, 영화 등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된다. 계속 음반을 내는 1세대 아이돌 중 주목할 만한 대상은 신화, 보아 정도다.
보아는 그 중 매우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보아가 K-POP 씬에서 이뤄낸 성취는 당시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2002년 'Listen to my heart'가 일본 오리콘차트 1위에 올랐을 때의 성취는 당시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에 견줄 만했다.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아시아의 별'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2007년 미국 진출 실패 등으로 활동이 뜸했었지만 2010년대 들어 다시 성숙해진 모습으로 부활했다는 평을 듣는다.
보아가 2000년 만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20년 가까이 가수로 활동하면서 많은 성취를 이뤄낸 것도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존경받는 가수'의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다. 소녀시대의 티파니, f(x)의 루나, 샤이니의 키,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예리 등 같은 소속사 후배들만 보아를 존경하는 게 아니다. 빅스의 엔과 라비, 에이핑크의 윤보미, 마마무의 솔라, 러블리즈의 케이 등 너무나도 많은 후배 아이돌들이 "보아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제 나이 만 33세에 이 정도로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더 나아지기 위한 꾸준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아의 음악은 20대 후반이 되는 2010년대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보인다.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하면서 10대와 20대 초에 보였던 '틴 팝'에서 완전히 탈피했고, 평단은 'Only One'과 'Kiss my lips' 앨범에 호평을 보내며 노력을 인정해줬다. 보아를 존경하게 되는 포인트는 기존의 성공에 안주해 매너리즘에 빠질 법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갈고 닦아 나가 또 다른 방향의 성취를 이뤄낸 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보아의 9번째 정규앨범이 나왔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평단은 대부분 좋은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아이돌 가수 보아'가 아닌 '가수 보아'도 보인다. 이미 다 갖춘 것 같지만 더 갖추려는 보아는 아직도 성장 중인 것 같다.
<이 주의 플레이리스트 - 2010년대 성숙해진 보아를 느낄 수 있는 노래>
1. Hurricane Venus(허리케인 비너스) - 2010년
2. Only One(온리 원) - 2012년
3. Kiss my lips(키스 마이 립스) - 2015년
4. CAMO - 2017년
5. Woman -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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