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걷기, 여섯 가지 감각 운동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동물과 식물의 차이는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움직임은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며 움직일 수 없음은 죽음을 뜻한다. 옛날에는 생존을 위해, 즉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육체노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작업은 소수에 국한될 뿐 다수와는 상관이 없게 되었고 다수는 정신노동을 하고 있다. 신체 활동의 부족으로 허약 체질, 비만, 각종 성인병은 물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걷기가 가장 쉽고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밖으로 나갈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은 실내에서라도 걷기와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인근 운동장, 공원 및 야산으로 갈 수 있는 분들은 거기서 즐기면 된다.

더구나 대구는 팔공기맥과 비슬기맥 사이에 위치해 있고 양 기맥 사이엔 신천과 금호강이 흐르는 명품 도시이다.(「팔공산하」. 매일신문사 발행. 2017) 팔공산 인근엔 아홉 개의 올레길이 있고 대덕산엔 앞산 자락길이 마련되어 있다. 신천과 금호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도 많다. 산행을 원하면 가산에서 서봉, 동봉을 거쳐 갓바위까지, 앞산 달비골에서 대덕산 정상을 거쳐 파동까지 산줄기를 향해 열려 있는 수많은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걸을 곳이 지천이니 걷기만 하면 된다.

걸으면 기초 체력은 물론이고 오감(五感)에 한 가지를 더한 여섯 가지 감각 모두가 좋아진다. 우선 오감이 좋아진다. 펼쳐진 풍경이 눈(視)을 맑게 하고, 새소리, 바람 소리가 귀(聽)를 밝게 하며, 솔향과 낙엽 내음이 코(嗅)를 즐겁게 한다. 땅의 기운이 발바닥으로, 바위의 서늘함과 나무둥치의 따스함이 손끝(觸)으로 전해온다. 반쯤 지쳤을 때 준비된 음식을 먹으면 진수성찬(味)이 따로 없다. 체력과 면역력이 강해지므로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가 있다.

오감을 넘어서는 여섯 번째 감각을 '육감'(六感)이라 부른다. 육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직감·예감·영감이다. 오감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음에 형성되는 통찰력이다. 결국 건강한 오감이 창의적 육감을 만든다. 통찰력이 좋아지므로 당면한 문제에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갖게 된다. 덤으로 마음에 이는 스트레스와 걱정 근심도 씻어낼 수가 있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때로는 한나절, 때로는 온종일 대자연 속을 걸어보라. 자연과 나의 경계가 점점 엷어지고 생의 수많은 시시비비들이 한낱 흩날리는 낙엽임을 절감할 것이다. 고뇌와 번뇌는 용해되고 결국 물아일체(物我一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르게 될 것이다. 돌아와 숙면을 취하고 나면 현안에 대한 뜻밖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고뇌와 번뇌는 그 자체를 붙잡고 있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다. 던져 놓고 걸으면, 그것들은 흩어지고, 병이 나으며,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고, 사업을 잘하는 법도 떠오르게 된다.

퇴계 선생도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이라는 시에서 "사람들이 말하길 글 읽기가 산 유람과 같다지만/ 이제 보니 산을 유람함이 글 읽기와 같구나"라고 하였다. 걸으면 공부도 된다. 걷자! 나와 가족과 나라를 위해! 나태주의 시 '멀리서 빈다'의 끝 행이 생각난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