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잊혀 가는 전통 수의

김복연 한복연구원장

김복연 한복연구원장
김복연 한복연구원장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관혼상제의 예를 통하여 전통사회의 공동체의식을 높이고 이웃과 가족 간의 상부상조에 힘썼다. 현대에는 모든 의식이 서양화되어가고 있지만, 상례문화에만은 아직까지도 한국적인 관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봉분을 쓰던 장례문화가 수목장, 풍장, 평장 등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고인이 마지막 입고 가는 수의에 대한 관심과 전통은 잊혀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가 소멸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되어 그 안타까움을 짧게나마 열거함으로써 수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중심으로 치러왔던 상례문화가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상업화 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잊혀져가는 우리의 상례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마지막 가는 고인의 옷차림에 대하여 그 예와 법도를 알아두는 것도 남은 이들의 도리라 생각된다.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현장에서 한 공부, 수의를 지어온 마음으로 짧게나마 그것을 살려보고자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침모 밑에서 수놓는 법부터 시작하여 옷 짓는 법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깨우쳤다. 집안어른께서 돌아가시면 집안 여인들이 한곳에 모여 수의를 짓는데, 그 곁에서 도와드리며 수의를 짓는 방법과 지을 때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리고 수의를 입힐 때에는 시신의 좌우로 자식들이 나누어 앉아 입히는데, 종이 하나라도 시신의 위로 넘겨서 주고받으며 쓰지 않고 쓸 도구는 각자 옆에 전부 갖추어놓고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수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예복이 아니다. 고인에 대한 예와 효를 바탕으로 마음과 정성을 담아 제작하고, 소재는 자연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에 중심을 둬야한다.

수의는 남자 열두 가지, 여자 열두 가지, 공통 열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신의 머리끝부터 발, 머리카락, 손톱, 발톱까지 모두 보이지 않게 싼다. 이는 옛날에 관과 무덤을 만들 수 없는 평민들이 부모를 관도 쓸 수 없이 흙에 묻는 것이 안타까워 흙에 닿지 않게 싸매는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수의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은데 보통 윤달에 준비를 하거나 환갑을 지낼 때 만든다. 요즘에는 꼭 윤달이나 생일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손 없는 날을 골라 수의를 짓기도 한다.

수의를 지을 때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미리 만들 소재를 준비하고, 제작하기 위한 날을 받아 하루 전날 깨끗이 목욕을 한다. 제작하는 날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옷감과 정화수를 떠 놓고 수의를 입고 가실 분에 대한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수의를 제작하면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일감에 손을 대지 않으며, 음주가무를 삼가고, 남과 다투지 않도록 한다.

수의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입고 가는 최고의 성장이며, 본인 또는 가족 중에서 고인께 드리는 최고의 예와 큰 선물이다. 그러므로 이 문화가 잊히지 않고 지켜지며, 수의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이 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육신은 소멸되더라도 그가 살았던 시간에 대한 기억, 마지막 길을 얼마나 경건하게 예를 다해 보내드렸는지, 마지막 자신의 죽음에 대한 숭고한 의식을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장 큰 도리는 수의에 있는 것이라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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