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정치 부활 기지개, 하지만 넘어야 산 많아

지역의 강석호·주호영 의원 한국당 원내대표, 당 대표 도전
보수 종가 출신 프리미엄에도 친박계와 맞서는 구도 부담

대구경북은 1987년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한 후 대통령만 3명(노태우·이명박·박근혜)을 배출했다. 혹자는 '대구경북의 특산물은 대통령이 아니냐!'며 부러움을 표시한다.

그뿐만 아니다. 보수당의 당 대표 유력후보 명단에는 늘 대구경북의 중진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항상 당 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중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와 정권 교체 이후 'TK정치'는 고개를 숙였다. '적폐 공세'에 시달리면서 살짝 움츠러들기도 했다. 22일 현재 자유한국당 3역 중 TK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강석호·주호영 의원 한국당 원내대표·당 대표 도전, TK정치 부활 시도

절치부심해 온 TK 정치는 이번 연말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강석호 국회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 내년 초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주호영 국회의원(대구 수성을)이 출마해 부활을 시도한다.

정치권에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몰락 이후 TK 정치의 중요 자산이었던 '박정희(근대화) 신화'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 하기 때문이다. 특히, TK 정치가 보수의 새로운 진로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경쟁자들이 'TK 세력 복귀 = 퇴행'으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에 선출되는 당 지도부는 차기 총선까지 당의 간판으로 활약할 분들"이라며 "접전지가 될 수도권 승리에 도움이 되는 인사들이 호응을 얻을 공산이 크다"내다봤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대표 경선 구도 강석호 의원에 호의적이지 않아, 만만치 않은 도전
원내대표와 당 대표 경선 구도 역시 두 도전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주호영·강석호 의원 모두 대구·경북에 지분이 많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진영과 맞서는 양상인 탓이다.

내달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의 경우 비박계·복당파로 분류되는 강 의원이 앞으로 추려질 친박계 단일후보와 맞붙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여전히 상당한 세를 유지하고 있는 친박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성태 후보는 55표를 얻어 35표와 17표를 얻은 홍문종·한선교(중립표방) 후보의 친박계에 승리를 거뒀다. 결선도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당시는 친박계가 분열됐고 홍준표 대표가 당무감사 결과발표까지 미뤄가며 친박계가 대부분인 비례대표(17명) 의원들을 압박한 결과였다.

강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파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중립지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승리를 위해선 고향인 대구경북(25석)에서 적어도 2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친박계가 상당수라 텃밭에서부터 득표가 쉽지 않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계'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아니라 차기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받겠다는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강력한 의지가 표출되는 자리"라며 "친박계로선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단의 의중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선 가능한 원내대표라도 잡고 보자는 판단을 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의원 대구경북 대의원단에 기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부담
당대표 출마를 준비중인 주 의원은 서울(10만여명)에 맞먹는 대구경북(9만여명)의 대규모 대의원단 규모를 기반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텃밭의 표를 확실하게 챙기고 참신한 당 쇄신 방안으로 개혁성향의 대의원단을 설득한다면 당 대표 자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대구경북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 의원의 선전을 예측하는 주요한 근거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할 경우 대구경북 출신 유일 후보라면 최고위원직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주 의원 역시 친박계를 등에 업지 못하고 맞서야 하는 입장이라 고민이 깊다.

주 의원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지역의 대의원단 가운데 주 의원의 당시 판단에 동의하는 대의원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경북 한국당 대의원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정치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지역 대의원단 표심을 거의 가져가기는 힘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여의도'에서도 한국당의 차기 당권경쟁이 격화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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