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대한민국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도록 하겠습니다. 적폐청산 관련 수사와 재판은 이른 시일 안에 끝낼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우리나라를 하나로 뭉치는 데 국정 최우선을 두겠습니다. 반목과 갈등 대신 포용과 화합의 나라를 만드는 데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이 대열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현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바람을 담아 써본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국정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적폐청산과 포용. 불행하게도 여기엔 단서가 있다. '자기편'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 대상이 갈라진 것이다. 적폐(積弊)청산은 자기편이 아닌 반대편에 집중된 적폐(敵弊)청산으로 전락했다. 포용 역시 자기편만 끌어안는 데 그쳤다. 앞선 두 정부의 과거 캐기에 주력한 사이 경제는 망가지고 국민 삶은 더 피폐해졌다.
지금 이 나라엔 미래는 없고 과거만 존재한다. 정치·사법·경제·문화 모든 분야에서 과거를 파헤치는 데 나라의 힘을 허투루 쓰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감방에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나.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선고된 사건 3개의 형량을 합치면 징역 33년이다. 98세가 돼야 만기 출소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은 모든 국민이 잘 안다. 정치적으로 숨이 끊긴 두 사람에게 사법 잣대를 계속 들이대는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일 뿐이다.
전 정부에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그로 말미암은 판사 탄핵 촉구 등으로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재판 당사자들이 판사의 성향을 미리 따질 정도로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졌다. 탈원전도 과거 정부 흔적 지우기의 하나다. 탈원전이 아무리 맞는 방향이라 하더라도 그 대체 수단인 태양광이나 풍력이 책임지는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경제도 과거에 잡혀 있다. 어느 누군가가 우리는 뛰는데 선진국은 날고 있다고 했지만 틀린 얘기다. 뛰기는커녕 뒷걸음치는 게 우리 자화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좋아질 것이란 예측보다 훨씬 많다. 경제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미래가 잿빛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도취해 있다.
집권 중반으로 접어든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은 국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과거의 잘못된 것을 청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미래를 향한 국가 개혁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과거만 캐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권력적폐와 사법적폐 청산에 이은 생활적폐 청산 드라이브로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에 맞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집권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민심을 읽지 못한 패착이고 국민을 얕잡아본 오만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만 좇는 정파에 이 나라의 운명을 계속 맡길 어리석은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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