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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 대구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에 갔었다. 넝쿨이 멋들어지게 감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물들과 그곳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 그리고 대학 캠퍼스가 연상되는 널찍한 공간과 건물들이 매우 근사해 보였다.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건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마침 같이 동행한 대구 토박이 직원이 말을 건넨다. "여기는 예전에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이고, 저 넝쿨이 있는 건물이 그 당시 직원 기숙사 건물이예요." 반세기전 청년 기업가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일궈갔을까. 역사가 깃든 넝쿨을 올려다보며 기업경영이란 '고난과 극복의 이중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면, 제임스 앨런의 책 '창업자 정신'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위기들을 이겨내는 기업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항상 내게 각인시켜 준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 이 3가지를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간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성장에 도취되어 한눈을 파는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사명의식이 사라지거나,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거나, 관료주의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 기업을 성장 가능하게 했던 유연성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속도저하'가 나타나며 어느 순간 끓는 물에 담긴 개구리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낙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 자체가 아니다. 직원과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걸려있다. 지속가능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년 사업 계획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효성 등도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런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대구의 중견기업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삼성 창조 캠퍼스의 넝쿨처럼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에 대구시의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처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구에서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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