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나는 지금처럼 글을 쓰면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난한 농촌 출신들이 그렇듯 육사를 가거나 법대를 가서 돈과 권력을 가지는 것이 소년이 가진 꿈의 전부였었다. 정서적으로 많이 결핍된 소년은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의 글이었지만 선생님은 소년이 수업 시간에 쓴 글에 대해 칭찬을 해 주셨다. 소년은 문학에 재능이 있다는 말에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골방에서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세계를 혼자 킥킥거리며 신이 나서 글로 썼다.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창작에 재미를 느끼는 '문학 소년'이 된 것이다. 추첨으로 배정된 중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을 만나고, 문학 소년이 된,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필연이 되었다.
그런데 문학 소년들은 단순히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창작에 재미를 느끼는 특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 소년들은 보통의 소년들보다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생각이 많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제투성이인 이 세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는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약간의 허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 소년들이 쓴 문예 작품은 '소년 문학'이 된다. 소년 문학은 스티븐슨의 '보물섬'이나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처럼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험적인 작품을 이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문학 소년들이 쓴 작품도 소년의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이므로 '소년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소년들이 쓴 소년 문학은 공상적이고 모험적인 내용이 많지만, 전문 작가에 비해서 삶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주 대구교육청 문예 창작 영재들의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예전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학생들의 작품은 과거의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장이 정확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수준도 높았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문학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자잘한 일상에서도 의미 있는 것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문장력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떤 삶의 길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문학 소년 소녀에 머물지 않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서 큰 문학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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