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성 과정의 일등공신 '미생물'

발효나 숙성은 미생물이 먹고 배출하면서 음식이 맛있게 썩는 과정을 뜻한다. 메주가 자연 발효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발효나 숙성은 미생물이 먹고 배출하면서 음식이 맛있게 썩는 과정을 뜻한다. 메주가 자연 발효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생물(微生物)에 대해 알아보자. 말 그대로 작은 생물이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미생물도 사람과 똑같이 끊임없이 먹고 배출하기를 반복한다.

사실 그 덕분에 인간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모든 미생물은 동물이나 식물에 기생하면서 끊임없이 먹고 싸기(?)를 반복하면서 특유의 향과 식감을 만들어낸다. 미생물이 식재료를 잘게 씹으면서 식감은 부드러워지고 배출하는 분비물이 맛을 달거나 깊게 만들어준다. 국가나 지역별로 그곳에서만 낼 수 있는 맛이 있다. 물과 온도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숙성 음식으로 유명한 홍어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생선은 고기나 채소보다 빨리 썩는다. 썩는다는 말은 좋게 말하면 발효(또는 숙성)되는 과정이지만 사람이 먹기 힘든 맛이나 냄새가 나면 상했다고 한다.

홍어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단백질을 먹고 독한 향(암모니아와 트라이메틸아민산)을 내뿜는다. 이 고약한 냄새는 홍어를 썩게 하는 다른 균들을 내쫓는다. 동시에 홍어의 식감은 부드럽게 변화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홍어 몸속의 미생물은 영양분을 먹고 배출하기를 반복한다. 영양분을 씹는 과정에서 홍어의 육질은 잘게 쪼개져 부드럽게 변하고 미생물이 배출하는 냄새는 고약하지만 홍어의 숙성을 도와 맛은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김치에 사는 미생물을 알아보자. 배추는 여러 가지 당이 덩어리 형태로 붙은 셀룰로스로 이루어져 있다. 섬유질이라고도 한다. 섬유질은 덩어리로 있을 때는 식감은 좋을지 몰라도 맛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처럼 김치가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는 것은 미생물 덕분이다. 김치 속에 사는 미생물이 섬유질 성분을 섭취하면서 잘게 부수고 숙성 과정을 지속한다.

요즘 들어 '김치 과학' 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김치를 숙성시키는데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1℃를 넘어 0.5℃ 차이로 살아남는 미생물이 다르고 더욱 맛있는 김치가 탄생하게 된다. 김치에 익숙한 한국인은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기 때문에 김치냉장고 제조사들은 0.5℃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신 김치를 맛있게 바꾸는 방법이 있을까? 답은 'Yes' 그리고 'No'이다. 숙성된 김치에 인위적으로 미생물을 첨가해 김치의 맛이 바뀔 수는 있지만 물리적인 상태를 바꾸긴 힘들다. 묵은지를 보면 배추에 힘이 없고 흐물흐물하다. 미생물이 김치 섬유질을 잘게 부순 결과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김장 김치 맛이 나는 묵은지가 필요할까? 아삭한 김장 김치나 깊이 발효된 묵은지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기에 그런 수고는 불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보자. 전통적으로 고기는 갓 도축해 신선한 상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드라이 에이징' '웻 에이징' 등 숙성한 고기가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축이 죽으면 원래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아데노신3인산(이하 ATP)이 없어져 고기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가축은 물론 사람도 ATP로 움직이며 활동한다.

고기도 숙성하면 미생물이 근육 섬유질을 분해한다. 숙성이 잘 된 고기는 부드럽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숙성은 죽은 고기를 살리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2~3등급 고기를 최대 21일까지 숙성했는데 육질은 더욱 연해지고 육즙은 더욱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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