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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MB의 4대강 사업과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전

김병구 경제부장
김병구 경제부장

기업 이윤과 부유층 소득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부자의 고소득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결국 서민들도 살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보릿고개를 넘긴 1970년대로 막을 내렸어야 했다.

부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낙수효과를 부르짖었던 지난 정권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 확대하기만 했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고, 상대적 빈곤은 서민들의 상실감을 키웠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이를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분수효과'를 꾀해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중산층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적절해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세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주는 충격도, 반발도 크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아우성이다.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MB의 조급함은 화를 불렀다. 임기 내에 자신의 '성과(?)'를 완수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내다 보니 수질과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속도전만 다그쳤다.

설계를 모두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설계와 시공 병행) 방식을 무리하게 적용했다.

밤에도 공사를 강행하게 하고, 밤새 공사하는지를 폐쇄회로(CC) TV로 감시했다. 결과는 부실시공에다 특정 건설업자들에 대한 특혜, 여기에 따른 관련 공무원 유착, 무더기 구속으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실제 적용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제조업체,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300인 이상 사업주는 이제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노동시간 제한이 외려 자영업자와 중소업체를 옥죄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수입이 적은 고용주가 생겨날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 고용주는 길거리로 나앉거나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는 더 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 점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상머리만 지키면서 서민들의 팍팍한 현 실태를 아예 모른 채 '서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으로만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지 답답할 노릇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오용으로 일부 귀족노조의 배만 불리고 영세 노동자들만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겠다.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정부가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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