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분노케 한 정치인 망언과 언어폭력, 내년엔 없어지길

연말연시를 보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다. 일자리, 최저임금 등 경제적인 어려움은 매서운 추위만큼 '가지지 못한 자'의 심신을 움츠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부터 정치권 전체가 국민을 분노케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국정에 책임있는 인사들이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망언'이나 말장난으로 울화통을 치밀게 하고 있어 참으로 걱정스럽다.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직원에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릅니까?"라고 물었다. 영세기업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문제로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뜬금없는' 발언은 상황 인식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월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인식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느닷없이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내고 있다"고 했고,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을 평가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까지 인용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심각함이 전혀 없는 것으로 비쳐 국민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고위당정협의에서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는 공직생활 중에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말로 국정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또 28일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했다가 취소하고는 "정치권에는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했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마저 결여돼 있다. '막말'로 유명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보수진보를 난도질하면서 국민 정신을 온통 사납게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 다낭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한국당 의원 4명이 "부득이하게 출장을 떠났다"고 해명한 것도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말이 자기 생각의 표현임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위험하고 천박하다. 현실 인식 자체가 결핍됐거나 남을 물어뜯고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내용뿐이다. 언제부터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자신만 앞세우는 풍토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발언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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