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들, 소통합시다.

젊은 사람들은 신구문화
젊은 사람들은 신구문화

세대 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나를 혼낼 때마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싫은 소리 하셔도 다 참았다"라고 했다. 그런 넋두리가 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의 세대 차를 인정하는 셈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달랐고, 아버지와 나도 너무 다르다. 각자의 경험과 이해의 폭이 다른 건 자연의 이치와 같은 것. (한국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대 차는 존재한다. 베이비붐 세대, 지우링허우(중국에서 1990년 이후 출생 세대), 사토리 세대(일본의 결혼,직장,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등 시대를 나누는 '○○세대'란 말은 꼬리표로 따라다닌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는 각자 다른 꼬리표를 달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과 아이, 경계를 긋고 세대 차이가 난다고 서로에게 무신경하고 모르는 척을 해야 하는 걸까? 어르신들이 젊은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들께 요즘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2019년 새해에는 시니어들도 젊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온라인을 통한 소통

▶인스타그램 친구하기 : 멀리 사는 손녀를 매일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소개하는 것은 News가 아니라 뒷북에 가깝다. 어르신들이 이 기사의 독자라고 가정하고 인스타그램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통 방법인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스타그램 사용 방법은 간단하고 손자, 손녀 세대와 소통하는 도구로 아주 유용하기 때문에 어르신들께도 꼭 권해드리고 싶다.

인스타그램은 쉽게 말해 사진첩이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상에 저장해 친구들과 나눠 보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음성이나 문자 외에도 사진으로 대화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근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사진 몇 장으로 표현하고 소통한다. 예전에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직접 현상해서 봤다면 지금은 방금 찍은 사진을 누구에게나 보여 줄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까지도 그 사진을 볼 수 있다. 우리 손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입방법

스마트폰에서 'Play 스토어(아이폰의 경우 'App Store')'를 클릭해 '인스타그램'을 검색한다. 인스타그램 앱이 검색되면 '설치' 버튼을 누른다. 인스타그램은 회원가입 후 사용 가능하다. 휴대전화번호, 이름, 닉네임,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가입된다. 이 단계까지 마무리되었다면 손자, 손녀에게 직접 사진을 올리거나 보는 방법을 물어보면서 소통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카톡으로 손자 용돈 주기

용돈만큼 어른 노릇 하기 좋은 방법도 없다. 용돈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 큰 자식도 용돈을 받으면 어린아이가 된다. 정성스레 봉투에 담아 용돈을 전할 수도 있지만 더욱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 송금'이다. 스마트폰 송금의 원리는 은행에 직접 방문해 손수 계좌번호를 적어 돈을 보내던 업무를 휴대전화로 처리하는 것이다. 내 손안의 금융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송금에는 계좌이체, 카카오톡 송금, 토스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간단한 두 가지가 '카카오톡 송금' '토스' 이다. 송금 방법이 너무 쉽고 빨라 '내가 제대로 돈을 보낸 게 맞나' 의심하시는 어르신도 계실 수 있다. 요즘 애들은 얼마나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실감할 테다. 가입 및 사용 방법을 설명 드리려 했으나 아들, 딸 또는 손자, 손녀를 만나 함께 해 보시는 편이 좋겠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진 모습을 보면 분명 젊은 사람도 반가워할 테다. 가족과 함께 설치하고 방법을 익히다 보면 혹여나 할머니로부터 카톡 용돈이 날아와도 전자사기라고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카톡으로 용돈을 주는 할머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문자 대신 이모티콘 보내기

어르신 독자 중에서 '^^(웃는 표시)' '-_-(뚱한 표정)' 정도만 알고 계시더라도 신세대에 가깝다. 앞서 소개드린 '인스타그램'처럼 젊은 사람들은 일일이 문자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보다 사진 한장, 개성 있는 이모티콘으로 대화하기를 선호한다.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Emotion)과 조각(Icon)의 합성어로 감정을 담은 문자이다. 예전에는 문자나 기호를 결합한 이모티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진이나 움직이는 동영상 이모티콘이 주류를 이룬다. 예를 들어 환하게 웃고 있는 연예인 사진에 "사랑해요~"라는 말풍선이 달리거나 심각한 얼굴을 한 캐릭터에 "지금 나 건들지마." 라는 음성이 나온다. '이모티콘? 아휴 머리 아파~'라고 생각하는 어르신도 계실 테지만 실제로 사용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원하는 이모티콘을 눌러만 주면 전송된다.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Happy New Year!'를 맞춤법에 맞춰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멋진 해가 떠오르는 사진 배경의 이모티콘을 선택하면 1초 만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모티콘은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지만 기본 제공되는 것들만 사용하더라도 충분하다. 이모티콘 사용 방법, 손녀와 함께 해 보시면 더 빠르다.

간단한 스마트폰 게임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소통의 방법이다. 수년 전 '애니팡'이라는 스마트폰 게임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그야말로 히트상품이었다. 애니팡을 즐기는 어르신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프렌즈레이싱'이 인기다. 카레이싱을 스마트폰 게임으로 옮겨 놓은 형태이다. 운전하듯 좌우로 조종하는 간단한 게임이라 어르신들도 도전해 볼 만하다.

◆오프라인을 통한 소통

어르신 세대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점 탐방을 다닌다. 오늘 어르신들께는 손자, 손녀뻘의 어린 친구들이 즐기는 핫플레이스(Hot Place. 호응이 뜨거워 많은 사람이 찾는 가게)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온라인이 비대면(非對面) 소통방식이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살이 맞닿으며 나누는 훈훈한 소통방법이다.

▶맛 집 탐방

최근 핫플레이스는 뉴트로(New+Retro) 맛집이다. 뉴트로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것과 예전의 것이 결합한 상태를 뜻한다. 젊은 사람에게는 예전문화가 항상 새롭다. 시대를 불문하고 레트로가 유행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뉴트로는 새로움(Retro)에 새로움(New)을 더한 형태의 문화이다. 오래된 자개장 옆에 최신 블루투스 스피커가 놓여 있거나 실비집 분위기에서 세련된 그릇에 담긴 파스타를 먹는 것이다. 뉴트로가 유행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젊은 사람들은 예전 문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즐기던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체험하기를 원한다. 레트로, 뉴트로를 찾는 젊은이들처럼 시니어들도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고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뉴트로 식당에서는 추억도 떠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롤러스케이트장

70년대 팝송이 흘러나오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이는 롤러스케이트장(롤러장)은 뉴트로 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대구는 1972년 전국 최초의 롤러장(칠성동 대구 국제실내롤러스케이트장)이 문을 연 롤러장 성지이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롤러장이 다시 부흥기를 맞았다. 올해 4월 대구 칠곡에 문을 연 한 롤러장에는 개장을 하자마자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손을 꽉 잡은 앳된 얼굴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송림롤러스케이트장 00사장은 "가족단위 손님 외에도 추억을 되살려 방문하는 40, 50대 손님이 찾아와 런던보이즈나 아바의 노래를 신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세월을 핑계로 신세대와 멀어지는 동안 젊은이들은 '예전 문화'를 신기하게 여기며 즐긴다.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나잇대 사람들이 롤러장을 찾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라면 굳이 롤러스케이트를 탈 필요는 없다. 아들, 딸 그리고 손자, 손녀까지 다양한 세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롤러장은 소통하기 참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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