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문화 2.0 시대] <3>지역 다문화 2세-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글 싣는 순서

〈1〉뿌리내린 지역 다문화 정책

〈2〉지역 다문화 2세-차별과 편견의 시선

▶〈3〉지역 다문화 2세-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4〉외국인 노동자와 탈북민의 코리안 드림

〈5〉다문화 2.0 시대를 위한 제언

다문화가족 자녀가 늘면서 이들도 한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한 한국어 구사 능력, 학교 부적응과 같은 문제로 지원 대상인 시절에서 벗어나 이중언어 구사 능력 등 강점을 활용,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할 인적 자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또래 친구보다 앞서 나가는 다문화가족 자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국을 무대로 재능을 발휘해 벌써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지게 하는 윤정민, 박건호 학생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중언어대회 대상' 고령중 3학년 윤정민 양

윤정민 양
윤정민 양

윤정민 양은 지난해 9월 구미 금오공대에서 열린 '제5회 전국 다문화가족 자녀 이중언어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정민 양은 이날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한국어와 중국어로 각각 발표했다. 대회 한 달 전부터 잠을 줄여가며 매일 두 시간씩 노력한 결과였다.

"기대 안 했는데 큰 상을 타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시작이다. 중국어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정민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 소식이 알려져 학교 학예회 무대에서 중국어로 발표했다. 그날 이후 조용한 아이로 알려졌던 정민 양은 전교생의 부러움을 샀다.

"친구들이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한다는 걸 신기하게 생각해요. 엄마 덕분에 미래를 준비할 저만의 무기가 생긴 거죠."

'한국에서 사는데 왜 중국어를 공부해야 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나라 말을 아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연변대에서 진행된 '경북도 이중언어 캠프'에 참가하는 등 겨울방학 때 한 달 반가량을 외가에서 지냈다.

지난 7월에는 고령군 청소년국제교류프로그램의 하나로 중국 가정 홈스테이도 다녀왔다. 모르는 중국인과 지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중국어로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정민 양이 그리는 20년 후 자신의 모습은 세계 무대를 누비는 '동시통역사'다. 뚜렷한 목표가 생기자, 학교 공부는 물론 어려움을 느꼈던 한자 공부에도 애착이 생겼다. 정민 양은 "우리나라 대통령과 중국 주석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통역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멀리뛰기 선수 청도 이서초 6학년 박건호 군

박건호 군
박건호 군

멀리뛰기를 시작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박건호(청도 이서초 6학년) 군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3월 경상북도대표선발대회 2등, 춘계초등학생 육상경기대회 1등을 비롯해 경북도 대표로 출전한 전국소년체전에서 당당히 2등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 자신의 최고 기록을 552㎝에서 560㎝로 갈아치웠다. 이 수치는 지난해 초등남자부 전국 1위 기록이다.

건호 군은 5학년 때 학교 대표로 청도군육상대회에 나가며 멀리뛰기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잘하면 도 대표'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타고난 성실함으로 전국 최고 기록 보유자가 됐다.

매일 1시간 정도 형들과 함께 청도공설운동장에서 기초체력을 다지고 대회를 앞두고는 하루 2~3시간씩 연습한다. 힘든 합숙훈련도 불평 없이 즐겁게 참가한다.

모두의 생각을 뛰어넘는 기록을 보여주며 멀리뛰기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건호 군에게 대회 출전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과정이다. 1등을 하는 것도 기쁘지만, 자신의 기록을 깰 때가 더 기쁘기 때문이다.

"목표했던 기록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실망하게 돼요. 더 나은 기록을 내려면 평소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건호 군은 매주 수요일 베트남에서 온 엄마의 한국어 수업에 같이 가 주는 다정한 아들이다. 일을 마치고 늦게까지 공부하는 엄마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서다. 건호 군은 "운동을 하면서 나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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