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을 들여 특화거리로 조성한 대구 남구 봉덕맛길이 재건축 바람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부 상인과 주민들은 재건축 해산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음식점이 대부분 폐업한 상황이어서 거리 조성에 투입된 예산만 날릴 처지다.
봉덕동 봉덕맛길은 중동교를 건너 팔레스호텔까지 500여m 거리의 맛집골목이다. 남구청은 이 거리를 남구 5대 맛길로 선정하고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전신주 지중화와 LED형 안내표지판 설치, 보행환경 조성, 간판정비사업 공사 등 환경 개선 사업을 벌였다. 남구청이 봉덕맛길 조성에 투입한 예산만 39억8천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봉덕맛길에선 맛집 골목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봉덕맛길의 절반 가량인 250여m가 재건축 부지에 포함돼 이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년여 전 50여 개 음식점이 성업 중이던 이 곳에는 10여 곳의 식당만 남았다. 폐업한 상가에는 '위험' 표시가 된 테이프가 둘러져있고, 거리 곳곳에는 '이주개시' 현수막이 붙었다.

봉덕맛길이 포함된 봉덕동 선주지구는 2006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데 이어 2015년 재건축조합이 설립됐다. 10여 년 간 지진부진하던 재건축은 2017년 사업시행 인가에 이어 지난해 3월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일대에는 봉덕맛길을 중심으로 2만1천813㎡ 터에 26층 규모의 아파트 8개동(499가구)이 들어선다.
봉덕맛길에서 장사하는 세입자와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김모(72) 씨는 "구청에서 봉덕맛길을 관광지로 조성하니까 건물을 사서 들어온 사람도 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십 년간 유지됐던 주민 공동체도 재건축과 함께 반목과 갈등으로 무너져 내린 지 오래다. 14년간 가스시설 업체를 운영했다는 안문현(51) 씨는 "요즘 도심지에서는 가스업체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면서 "조합 측이 상인들에게는 재건축 동의서를 받으러 오지 않고 연세가 많은 주민들만 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화자 선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대화를 거부한 것은 일부 주민들"이라고 반박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봉덕맛길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에 대해 법적 보상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도 주민동의를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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