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흥행했던 영화를 다시 스크린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배급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개 작품의 흥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쓰게 되는 천문학적인 홍보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그 형식이 이미 필름으로 완성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 결정과 실행이 비교적 간단하다. 이와는 다르게 뮤지컬처럼 완성된 작품을 다른 나라에서 새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엄청난 라이선스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한 뮤지컬을 여기 한국 무대로 가지고 오는 이유는 물론 뮤지컬의 심장부에서 흥행몰이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홍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지에서 캐스팅 된 주연과 기획팀이 그 작품을 무대에 올리더라도 원작 그대로의 수준을 유지하게 만드는 아주 까다로운 조건이 지불된 라이선스 비용과 함께 의무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1년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TV쇼 포맷을 수입, 국내의 정서에 맞게 자체 제작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으로부터 도착한 것이 프로그램 제작에 관련한 아주 두꺼운 라이센스 매뉴얼 북이다. '바이블' 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들을 빼곡히 기록한 책으로,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 사용해야하는 자막은 어떤 폰트의 어느 정도의 크기로 할 것, 사용되는 카메라는 특정 회사에서 제작한 모델이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할 것, 녹음을 위한 마이크는 어떠어떠한 모델로 사용해야만 한다 등등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아주 세세한 항목들의 조건이 기록된 책이었다. 물론 이런 조건들이 하나라도 어겨질 시에는 엄청난 액수의 위약금을 저작권사에 배상해줘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문화콘텐츠 계약 매뉴얼'을 제작한 적이 있었지만 이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콘텐츠 제작사간의 계약에 국한된 것이었고, 이처럼 미국 내에서 자국이 아닌 외국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서 만든 매뉴얼 북을 우리나라 PD들이 직접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은 국내에서 제작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증가하던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과 참고자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한때 인터넷 강국으로서 소프트웨어개발을 통한 경제도약을 꿈꾸었던 적이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자체생산한 문화를 무기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 2014년에는 우리가 순수 제작한 음악프로그램의 포맷을 미국 방송국으로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올해 2019년 1월 2일, 미국에서의 첫 방송과 함께 현재 가장 주목받는 TV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대기업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문화에 국한되어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문화콘텐츠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국내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왔으며 이렇게 쌓아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문화콘텐츠의 본격적인 생산·수출국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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