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SKY캐슬 신드롬과 한국 사회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요즈음 최고 화제는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녀들에게 자신의 부·명예·권력을 그대로 대물림하기 위해 일류대 입시에 올인한다는 게 주된 줄거리. 시청률이 방영 때마다 고공행진이다.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할까. 이 드라마의 강점은 상상이 아닌 강남 교육 현장에 대한 충실한 취재가 뒷받침된 대본, 탄탄한 연기력, 세밀한 연출력이 어우러졌다. 입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 상당수 부모들은 명문대 졸업이 자녀의 행복 순위를 결정한다고 맹신하면서 명문대 입학에 전력한다.

이런 입시를 주된 소재로 하면서 인간의 욕망, 부모와 자식 간의 얽힌 가정사, 사회적 관계 등에 관한 치밀한 갈등과 더불어 섬세한 인간 심리 묘사가 드라마 몰입을 돕는다. 그래서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한다.

여기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을 드라마로 끌어들여 주목도를 높였다. 로스쿨 교수의 자랑이었던 하버드생 딸이 사실은 가짜였다는 장면이 나온다. 2015년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합격했다고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됐으나 가짜로 판명 난 뉴욕 한인 여학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전교 1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학교 시험지까지 훔치게 하던 입시 코디네이터의 행동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과 닮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들이 SKY캐슬의 소재로 작용했다.

극단적이지만 노골적인 상황 설정도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했다.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완전 근거 없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강남 사교육에 대한 선망과 더불어 질시는 자녀를 둔 부모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인가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몰랐던 중산층들도 이 드라마로 인해 입시 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가질 정도. 할 수만 있다면 강남 사교육을 따라 하려는 중산층의 움직임을 읽은 학원가 역시 입시 코디네이터를 노골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드라마의 주제는 한눈에 쉽게 드러난다. 부모의 그릇된 욕망으로 아이들을 망치지 말라는 것. 자녀를 존재 자체로 인정해야지,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자식관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고 예전부터 외쳤던 구호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부모. 타인에 의해 자식의 행복과 부모 자신의 행복을 평가받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 이 모두가 입시라는 커다란 동굴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자식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자식을 사육하는 공부는 결국 모두에게 파국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교육 문제, 더 좁게는 입시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제 이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몹시 우울해진다. 모두의 공감을 받은 입시 소재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으로만 남긴 채 사라질까 걱정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특정 계층의 입시 행태를 드라마로 확인하면서 진화된 학원 상품을 발생시킬 뿐 우리의 생각은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배경이니 정보력이니 하는 것이 입시에서 운운되는 것이 아니라, 입시 지옥에 갇힌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구해낼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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