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경부 장관의 깜깜이 행보…지역민 우롱하는 행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7, 18일 이틀 동안 지역을 방문하면서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 장관이 무슨 비밀 모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환경 현안을 점검하러 와서는 홀로 깜깜이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진의를 의심케 한다. 권위주의 시대 때에도 없던 괴상한 일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조 장관이 대구경북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11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역에는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낙동강 보 개방,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 등 환경 현안이 산적해 조 장관의 방문에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지역 환경 현안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면서 신뢰감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조 장관이 지역민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주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데, 조 장관의 행동은 상식 이하였다. 이틀간 방문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구미 방문을 취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조 장관은 고향인 안동에서 하룻밤 숙박하면서도 시민들과 만나지 않았다니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모르겠다.

환경부의 해명도 해괴하기 짝이 없다. 환경부는 "조 장관의 방문은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가 주목적이다 보니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 장관이 시민과는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만날 여유도 없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그런 생각이었다면 지역민을 무시하는 행위일 뿐이다.

장관의 현장 방문은 지역민의 의견과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문가는 환경부 장관실에서 만나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조 장관이 현장 방문 후에 뚜렷한 대책이나 결론을 내놓은 것도 없지 않은가. 아무리 좋게 봐도, 자기 한몸 편하자고 벌인 짓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역민을 우롱하는 듯한 행태를 보일 바에는 아예 찾아오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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