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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홍역'으로 '홍역'을 앓지 않으려면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예방접종 대신 수두 파티를 열자.'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를 내세웠던 한 인터넷 카페의 주장이다. '자연면역' 획득을 위해 수두에 걸린 아이들과 일부러 접촉하겠다는 것인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한 생각이다. 백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이러한 '불신'에는 의사들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도 있는 것 같아 반성이 되기도 했다.

2016 국가 예방접종 사업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12세 이하 자녀를 둔 보호자 3명 중 1명이 '예방접종 무용론'을 접했고, 47%가 예방접종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MMR(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한 논문이 발표된 후 백신 불신이 커졌다. 이 논문의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불신은 여전히 남아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기피에 대한 권고'에 따르면 매년 150만 명의 소아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염병은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기에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던 과거에는 '공포' 그 자체였다. 감염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병이 나아도 얼굴이 얽게 되는 천연두도 무서운 병이었다. 1796년 영국 의사 E. 제너는 '목장의 일꾼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토대로 소 전염병인 '우두'에 걸린 사람의 고름을 상처에 발라 천연두가 예방됨을 발견했다. 종두법을 시작으로 많은 백신이 개발되고 항생제까지 등장해 인류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전염병과의 생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인류가 병원균을 물리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면 병원균은 또 다른 생존법을 만들어냈다. 천연두처럼 완전히 사라진 병도 있지만, 에볼라,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많은 전염병이 새로 등장했다. 전염병과의 힘겨운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 대구가 홍역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하고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높은 백신 접종률로 대유행의 가능성은 낮다.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소아는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자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건 당국의 철저한 대응은 기본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소설 페스트에서 그린 참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희생됐다. 끝까지 페스트 환자를 치료한 소설 속 의사 리외의 예견이 오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방이나 지하실이나 헌 종이 같은 것들 틈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아마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일러주기 위해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떤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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