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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품격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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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아프리카 흰개미는 6m나 되는 집을 짓는다. 축축한 땅에 환기통과 배수구, 굴뚝까지 갖추고 먹이인 버섯까지 재배한다. 새끼를 기르는 육아실과 먹이 저장창고와 침실까지 있다. 아메리카 평원에 사는 '프레리도그'는 땅굴을 파고 무리를 지어 산다. 서로 쓰다듬고 털 고르기를 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끔 빈집에는 올빼미가 들어와 살기도 한다.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그들의 집은 단 하나도 누군가의 명의로 된 집이 없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보금자리다. 진정한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에 다수의 건물을 사들여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도심공동화로 낡고 버려진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도심을 살리려 했다는 그의 주장과 친인척을 끌어들인 투기라는 주장이 연일 맞서고 있다. 특정 언론이 단독으로 터트린 뉴스 뒤에는 언론사 모기업이 건설사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사실상 문화재 지정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자 그런 뉴스를 흘려 여론화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다닌다.

야당 대표는 굳이 그 지역까지 내려가 현장을 둘러보곤 엄연한 투기라며 여론 전쟁에 불을 댕겼다. 서울의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데 무슨 투기냐며 그를 옹호하는 쪽과 그 지역을 보호하는 입법을 먼저 해야 했다는 쪽이 SNS상에서 논쟁을 벌였다. 여론은 양쪽의 설전을 전파하는 주파수 역할을 하며 새해 벽두부터 설왕설래 시끄럽다.

월수입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고, 1억원이 넘는 전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밥 한 끼도 맘대로 먹지 못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번 논쟁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듣기조차 싫다. 특히 살 집이 없어 결혼도 포기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준다. 함께 사는 터전인 땅에 선을 긋고 집을 짓고 '니 땅 네 땅' 하는 사람들보다 각자의 조건에 맞춰 함께 더불어 사는 동물들이 훨씬 품격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더 많아졌다.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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