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낮달이 있는 저녁/이기홍 시집/일송북 펴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낮달이 있는 저녁 표지
낮달이 있는 저녁 표지

'나는 그대 안에 집 하나 지어두고/밤이나 낮이나/비가 오나 바람 불 때/내 집이 온전하나 살펴봅니다/그대도/내 안에 집 하나 짓고/봄날 제비처럼/무너진 곳이 없나 삐뚤어진 곳이 없나/드나듭니다/비새는 마음 없나 휘 둘러보고 날아갑니다' '제비집 전문'

지은이는 늘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자연에 대한 동경이 끊이지 않았다. 태어난 곳이 물 좋고 산 좋은 경북 청도인지라 길을 오가며 고향 산천을 바라보면서 부모와 산수에 대한 그리움은 시를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제비집'에서 보듯 일상적 언어로 쓰인 이 시에 어려운 말을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자칫 지치고 다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능력이 이 시에는 있다.

이 시집은 지은이의 처녀 시집이다. 한 장 한 장 시집을 넘기다 보면 허황되고 가식적이고 난삽한 시어는 없다. 그림을 감상하듯 시를 읽어 내려가면 산골짝 샘물이나 공기를 마시듯 청량한 느낌이 든다.

본래 시란 하고픈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나 심상은 최대한 펼쳐 보이는 언어의 경제학이다. 수만 언어를 써서 진술한다 해도 마음을 다 못 전할 수 있지만 몇몇 단어의 선명한 배치만으로도 오만가지 심사를 전할 수 있는 게 또한 시의 매력 아닌가?

'경자년 섣달 추위로 나를 나으신 어머니/자식이 아프다 우시는 마음은/하늘 끝 어디엔가에 눈물로 얼어/구름 꽃 하얗게 낮달이 서럽구나' '낮달' 전문

어미와 자식 사이 간절한 정이 마침내 겨울의 시린 기운에 꽁꽁 얼어 '낮달'로 형상화 됐다. 이 시를 읽은 독자가 이후에 보게 되는 모든 낮달에는 어머니의 얼굴이 오버랩 될 것 같다. 사랑과 그리움의 본질을 포착해 이를 형상화하는 시인의 직관적 서정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낮달이 있는 저녁'은 소재의 폭도 넓고 주체도 깊이가 있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우러나는 서정성이 잘 묻어나 쉽게 읽히는 게 이 시집의 특장이다. 190쪽, 1만800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와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 인상이 발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가격 변동을 ...
한 네티즌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20개 쌓여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택배 기사와 소비자 간 배려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