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버핏'으로 명성을 얻었던 A(34) 씨가 지난달 31일 지인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면서 기부금을 받았던 학교와 시민단체 등이 혼란에 빠졌다. 좋은 일에 써달라며 건넨 기부금의 출처가 결국 사기를 통해 얻은 부당한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돈을 기부받은 단체는 A씨의 모교 경북대학교다. A씨는 2015년 장학금 명목으로 9천만원을 기부하며 복현장학기금을 설립했고 이후 2017년까지 4억1천만원을 내놨다. 이 돈은 186명의 학생에게 200~300만원씩 지급됐지만, A씨의 정체가 탄로 난 2017년 2학기부터 지급이 중단됐다. 이외에도 A씨는 학교 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모두 6억7천500만원을 내놨다.
경북대 관계자는 "기부받은 돈은 이미 집행이 끝났고 현재 환수할수도 없어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고 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A씨의 아너소사이어티 자격 박탈을 논의 중이다. A씨는 2015년 대구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46호에 이름을 올렸다. A씨가 기부한 금액은 2억4천700만원이다.
대구모금회 관계자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했을 경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이 있다"며 "형이 확정되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아너소사이어티 자격을 상실할 경우 대구 최초의 박탈 사례다.
이외에도 A씨는 고등학교와 시민단체 등에 수많은 기부를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상치도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내부 논의를 해봤지만 이미 돈이 사용됐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했다.
A씨를 한 때 우상으로 여겼던 학생들도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6년 9월 복현장학기금 200만원을 받은 김모(28) 씨는 A씨에 대해 "한 때 경북대와 대구의 자랑이었던 선배였다. 내가 받은 장학금이 사기로 얻어진 돈이었다니 뭔가 같이 죄를 지은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A씨와 친분이 있는 한 교수는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A씨는 경찰에 자수를 했던 지난 달 18일 자신의 SNS에 "저는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사기 친 돈으로 대부분의 기부를 했다. 참회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썼지만 해당 글은 현재 지워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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