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하고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경우 국가는 시간이 지나 청구권을 행사 못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법행위가 있었어도, 발생한 지 5년이 지나면 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국가가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정 모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1981년 버스에서 "이북은 하나라도 공평히 나눠 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 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1982년 자신을 수사한 경찰들을 불법감금과 고문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기소하지 않았다.
20여년 뒤 정씨는 자신의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4년 5월 "경찰이 불법감금·고문한 사실이 인정되고, 정씨의 발언만으로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정씨 등은 경찰의 불법수사와 법원의 위법한 재판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는데, 경찰이 정씨를 불법체포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소송을 제기해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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