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통영수산고 2학년생이던 박형수 씨의 사진이다. 아마추어무선통신(HAM)과 단파방송을 위해 만든 무선 통신기를 만지고 있다. 라디오를 분해해 나온 진공관, 콘덴서 등 부품을 썼다. 만드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찾는다. 그리고는 외친다. 'CQ, CQ'.
'이 신호를 듣는 사람은 누구든지 응답해달라'는 교신 개시 연락신호 'CQ'를 외치면 조그맣던 골방은 전세계로 바뀐다. 단파는 미지의 세계와 소통하는 수단이었다. 라디오 방송처럼 주파수만 맞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아마추어무선사가 교신하는 것을 일본에서, 대만에서 들었다. 전파에 고무된 상상력은 세계지도 바깥으로 나갔다. 지도 속 국가간 경계는 허물어졌다.
무선 통신기는 그 시대의 메신저였다. 서울에 전화라도 한 통 걸려면 우체국에 가서 5시간은 기다려야 했던 때였다. 무선 통신기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박 씨도 주말마다 2~3시간씩 '세계인'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 탓에 간첩으로 의심받기도 여러 번. "저 집에서 밤에 '삐삐삐' 소리가 난다"는 신고 때문이었다. 철저한 신고 정신으로 무장됐던 시대였다.
5G 기술이 일상인 지금이다. 무선 통신기를 들고 주파수를 맞추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와이파이를 타고 스마트폰으로 깨끗하게 듣는 건 물론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기술 혁신의 시작에는 단파 방송 키즈의 'CQ, CQ'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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