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들여다보기]북한 태도 변화 물꼬 튼 개성공단…자본주의 교육 효과 있었다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기대와 더불어 한반도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두려움마저 우리에게 안겨준다. 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의 1차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내놓을 상응하는 선물로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다.

2007년 개성 지역에 연탄 지원을 위해 방북했을 때의 일이다. 연탄 지원 활동을 끝내고 개성공단에 들러 당시 운영 중이던 의류 생산기업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업은 2천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책임자인 현지 지사장은 "우리 업체는 인도, 중국, 베트남, 개성 등 4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개성공단 제품의 퀄리티가 가장 높다"며 개성공단의 발전 가능성과 북한 근로자들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이 모습을 보며 '개성공단이 점점 더 크게 성장 가능하겠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들떴었다. 몇 년 후 그 의류업체는 5천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게 될 정도로 규모가 성장했다.

2016년 갑작스럽게 중단되기 전까지 개성공단에는 125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는 2015년 기준으로 5만4천988명에 달하였고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던 최저임금은 약 73달러, 우리 기업이 지불하는 평균임금은 187달러 정도였다.

北 근로자 1인당 月 103$ 벌어

탈북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일자리였다고 한다. 남측에서는 북한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이 전부 북한 당국으로 들어간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에게 달러로 임금을 지급했는데, 이 중 임금의 45%(사회보험료 15%, 사회문화시책금 30%)는 북한 당국에 세금으로 들어갔고, 55%는 근로자들이 가져갔다. 평균임금 187달러라면 1인당 월 103달러(현재 환율로 11만5천원)를 벌어간 셈이다.
개성공단 조업 중단 전 이곳에 근무했던 한 고위급 인사는 고향인 대구를 방문할 때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내복 같은 제품들을 들고 공감씨즈를 방문했었다. 그러면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개성공단을 바꿔놓았는지를 알 수 있는 일면이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잔업 근무를 하지 않는 업체 근로자들이 자기네 회사 사장에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다른 회사는 잔업도 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아가는데, 우리는 왜 잔업이 없냐는 항의였다"고 전했다.

이것은 개성공단 운영이 그저 단순한 협력의 의미가 아니라, 남한 기업과 북한 근로자의 결합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실험교육을 해왔다는 방증이다. 다른 누군가와 경쟁하고 더 열심히 일해 많은 돈을 벌고, 그렇게 해서 남들보다 잘살아가고 싶은 시장경제의 교육을 해온 것이다. 결국 이것은 북한 사회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흔한 오해처럼 개성공단 월급을 북한 정부가 모두 가져갔다면, 잔업 없는 회사 근로자들이 항의하는 일이 생겼겠는가?

2010년쯤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조선교류'(Chosun Exchange)라는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단체의 관계자를 만났는데, 당시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국제단체로서 베이징과 평양에서 북한의 고위층 자제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교육과 금융교육을 요청받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평양 인근 17개 스타트업 설립

이 단체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평양 인근의 은정과학지구에 약 17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됐다고 한다. 참으로 놀랄 만한 북한의 변화다.

결국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2016년까지 운영됐던 개성공단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이 북한 근로자 5만여 명을 고용하며 북한 주민들과 북한 당국에 끼친 영향이 현재의 북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본다.

부디 이번 2차 북미회담이 잘 진행돼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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