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은 17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치료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의 이웃들을 매주 소개하고 독자들의 성금을 모으고 있다. 각종 암환자에서부터 이름도 듣지 못했던 레녹스가스토증후군, 각종 희귀 난치병 환자들이 수없이 소개됐다.
하지만 꼭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4살 아들과 교회에 딸린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던 미혼모 장희영(가명'2018년 3월 27일 12면)씨나,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김은자(가명'2017년 5월 19일 12면),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인 백병철(가명'2013년 3월 6일 12면)씨 등 각종 생활고나 위기상황에 처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이 이웃사랑 코너를 통해 새희망을 찾았다.
불이 난 집에 맨몸으로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한국 영주권을 취득하며 화제가 됐던 스리랑카인 니말(2017년 7월 4일 12면)씨도 '이웃사랑'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화상치료비 800만원을 갚지 못한데다 불길속에서 폐질환까지 얻은 니말 씨.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거처할 곳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 '이웃사랑' 성금을 통해 한국에 머무르며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소개된 약 800명의 사연 중 새롭게 희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사례자들, 뜨거운 감사 인사를 전해온 사례자들을 다시 한번 만났다.

◆희귀 난치병 앓는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싶은 연정이
척수성 근위축증과 호흡성 폐렴에 고통받던 14살 김연정(가명'2016년 10월 18일 12면)양은 어엿한 17살 아가씨가 됐다. 당시에 비해 폐렴 증세는 호전됐지만 근위축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인 탓에 여전히 몸무게는 16㎏으로 앙상하게 뼈만 남은 수준이다.
연정이는 이웃사랑 보도 이후 새로운 희망을 그리고 있다. 100억 돌파를 맞아 다시 만난 연정이는 '매일신문 기자님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손수 만든 달력을 건넸다. 부서질 듯 여린 손으로 그린 열두달 달력 표지에는 '그릴 수 있는 즐거움, 그리고 희망! 나의 기쁨'이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두 손 만이 자유로운 연정이에게 글씨와 그림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 꿈의 나래를 펼쳐보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기사가 나간 뒤 응원에 힘을 얻은 연정이는 2017년과 지난해 2년간 희귀난치성질환센터 달력을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내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 달력은 특히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해 어려운 희귀난치병 아동을 돕는 데 사용된다.
여섯 살에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은 연정이는 여전히 병마와 싸우는 중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음식물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 완치할 수 없는 병이다보니 악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도 연정이가 좌절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연정이 어머니는 "이웃사랑 덕분에 수입이 완전히 끊긴 상황에서 생활을 이어나가고 연정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처럼 한결 밝은 연정이로 자랄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딸은 떠나고 없지만 마지막 함께해 준 기부자들에게 감사
"하늘에서 장미가 보고 있으면 무척 좋아할 거에요."
자궁암 투병 중이던 딸 장미(당시 25세'2009년 7월 15일 9면) 씨는 당시 사연이 소개된 지 2달 남짓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이웃사랑 성금이 전해지며 도시가스와 전기가 끊긴 단칸방에서 아이 우유도 휴대용 버너에 끊여 먹일 정도로 힘겨운 삶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암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을 때였다.
당시 4살이던 아이는 훌쩍 커 벌써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웃사랑 제작진을 다시 만난 장씨의 어머니 김영희(60)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자 자랑부터 늘어놨다. 딸이 끝까지 이 악물고 암덩이와 싸우며 버틴 이유였던 영운(가명)이는 축구, 주짓수 등 체육을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아이로 자랐다.
어리지만 속 깊은 영운이. 김 씨는 "한번은 손자가 엄마를 찾길래'엄마 미국 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좀 크고 나서부터는 엄마 제삿날이면 말없이 사진 앞에 절을 하더라"며 "차라리 보채기라도 하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딸은 떠나고 없지만 이웃사랑 도움으로 치료를 손놓고 있던 딸이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영운이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반듯한 아이로 잘 키우는 것만이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딸바보가 된 삼둥이 아빠의 꿈
윤상현(51'2015년 10월 28일 14면)씨는 2017년 11월 부산에서 통닭집을 열었다. 세쌍둥이를 잃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딸들 재롱에 푹 빠져 고된 하루의 피로를 잊을 정도다. 어린 세 아이를 키우느라 겨를이 없던 베트남인 아내는 지난 14일부터 한국이민재단이 지원해주는 한국어 초급 2단계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4년 전만 해도 이들 부부는 절망감에 가득 차 있었다. 2015년 9월 세쌍둥이 딸을 얻었지만 원래 작은 체구였던 아내는 임신 초기부터 심한 입덧과 두통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임신 5달 만에 유산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8개월도 안 돼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들은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다.
40대 중반에 빚더미에 앉고 셋방을 전전하던 중 어렵게 가정을 꾸렸던 윤씨. 기적처럼 얻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지만 비싼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제 세쌍둥이는 건강하게 자라 어느새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둘째는 이웃사랑 보도 후 1년이 지났을 무렵 무사히 심장 수술을 마쳤다. 윤씨는 "가장 작고 약했던 둘째는 당시 심방심실중격손실로 심장에 구멍이 크게 나서 무호흡증세가 심했는데 수술이 잘 끝나 지금은 셋 다 건강한 상태"라며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큰 힘이 되어 준 기부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며 '이웃사랑'이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되길을 응원했다.

◆시력 장애 떨치고 이제는 성적 고민하는 진영이
당시 9살이었던 김진영(2015년 6월 3일 14면) 군은 사시와 녹내장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툭하면 넘어져 무릎이 까졌고 교과서를 보는 것도 어려웠다.
전 남편의 폭력을 피해 어린 아이를 부둥켜 안고 뛰쳐나와 홀로 아이를 키웠던 캄보디아인 진영이 엄마는 아이가 사시 교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비용 부담으로 한번도 수술을 해주지 못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희망을 꿈꾸기도 했지만 캄보디아 처가에 인사를 하러 갔다 나뭇가지에 찔려 한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를 겪으면서 아이 치료는 엄두를 못냈다.
다시 만난 진영이는 몰라보게 밝은 모습이었다. 이웃사랑 성금으로 눈 치료를 받은 진영이는 시신경이 손상된 탓에 완치는 힘들지만 예전처럼 앞이 안 보여 넘어지진 않을 정도가 됐다. 요즘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배드민턴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공부와 성적 걱정도 한창이다.
진영이 어머니는 "한때는 ' 엄마는 왜 날 미리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느냐'는 반항섞인 말을 내뱉던 아들이 이제는 또래들이 하는 평범한 고민을 하는 것이 참 고맙다"고 했다.
그 후 진영이에게는 여동생이 2명이나 생겼다. 한국 국적이 없었던 진영이 엄마는 "이젠 영주권을 얻어 다섯 가족 모두 한국에서 살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진영이 엄마는 "늘 고마움을 간직하면서 살겠다"며 "3명이나 되는 아이들 잘 먹이고 공부시켜서 우리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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