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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3·1정신 100년의 꿈, 한반도 평화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이하 생략)

기미독립선언문은 힘찬 명문이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가슴 벅차다. 선언문은 100년이 지났으나,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뜻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갈구하는 지금도 유효하다. 1919년 선언은 조선의 독립과 자주에만 머물지 않았다.

민주와 공화, 자유와 평등, 진리와 정의에 대한 장엄한 결의였다.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에 대한 우리의 역할과 책임까지 다짐했다. 같은 해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의 호찌민은 연합국 지도자들에게 자치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보냈을 뿐이다.

3·1만세운동은 세계 식민지 역사에서 유례없는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100년 전, 이 땅의 민중은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다. 106만 명(당시 총인구는 1천679만 명)이 참여한 민족 거사였다. 총칼로 무장한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3·1운동은 일제에 맞선 저항만이 아니었다. 세계 식민지 해방투쟁의 선봉이 됐다. 이러한 투쟁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피식민국가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폈다.

3·1운동은 근대국가와 민주공화제를 이룩하는 노둣돌이 됐다. 온 겨레가 일어나 독립국임을 선포했다. 그 독립국은 군주국가인 대한제국이 아닌 시민이 주권을 갖는 '대한민국' 탄생으로 이어졌다.(김희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장은 이를 매일신문 2018년 12월 3일 자 기고에서 "독립운동으로 근대국가를 이뤘다는 뜻에서 '독립운동 근대국가 건설론'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선조들은 끈질긴 독립투쟁 끝에 나라를 되찾았다. 하지만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찢어졌다.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산업화를 이룩했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화를 꽃피웠다.

미완의 민족 과제가 있다. 100년 전, 선언했던 세계 평화와 인류의 진보를 실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조차 건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66년 간 정전(停戰)의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곧 3·1절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기에 이날의 의미는 웅숭깊다. 더욱이 3·1절 이틀 전부터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해법은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시적 행동으로, 아니면 통 큰 양보로 선제적 조치를 통해서든 이번 회담은 과감한 핵 폐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명한 결단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적 역할을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반도는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성찰하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3·1정신의 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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