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치미술 전시회 주제는 '유희삼매'(遊戱三昧)로 잡았어요. 선(禪)의 정신을 유희하자는 것이죠. 삼매는 너와 나를 나누는 이분화된 것이 아니고 또 생각, 감정, 느낌 이전의 조작하지 않은 마음을 의미합니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보현암 주지 선진 스님은 불복장 의식 전문가이자 현대 설치미술가다. 불복장 의식을 현대미술에 접목해 시각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스님이 설치미술 활동을 한 지도 10년 넘었다. 2006년 우주의 소리를 미술로 표현한 '옴'전을 시작으로 2013년 '천강월'(千江月) 전, 2017년 '지금 여기'(卽時現今) 전까지 총 12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불복장 의식은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진 불상을 점안하기 이전에 각종 물건을 불상 안에 넣는 성서러운 의식을 말한다.
"불복장 의식은 성스럽고 장엄한 종교 의식이고요. 현대 설치미술은 아주 자유롭고 파격적이고 해체할 수 있는 미술이잖아요. 장엄한 불교 의식을 가지고 현대미술과 접목해 대중과 소통해보겠다는 실험정신이나 실험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제 컨셉입니다."
스님은 교과서적이고 정형화된 것을 싫어한다. 전시회를 열기 전에 주제부터 정한다. 대부분 선의 정신, 조사선의 정신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그런 후 설치 작품에 올릴 대상물을 정하고 재료를 준비한다. 불상, 부처님 손, 복장물과 아크릴판, 철판 등이 주로 사용된다. 스님은 올해 전시회를 위해 설치 재료를 구상하고 있다.
"나의 설치미술 원동력은 내가 기거하는 황토방입니다. 도심 빌딩 속에 작은 황토방 자체가 의미가 있지요. 창호문, 아궁이, 다기 등등. 이런 자연스러운 황토방이 부처님의 복장같기도 하고요."
스님은 불복장과 접목한 설치미술이 주려는 궁극적 메시지는 일심과 연민의 정신이라 한다. 스님은 조선시대 조상경에 의거해 불복장 의식을 하고 있다. 발원문, 연기문, 다라니 등 물품을 넣는 용기도 있다. 불복장 의식의 예술성과 조형성 자체가 후세에 하나의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겪고 있는 것은 삼매를 바탕으로 한 중도의 마음이 없어서 일어납니다. 각자 본원자리인 청정심으로 돌아가 선과 악, 좌와 우, 남과 북, 네편과 내편, 옳고 그름, 시비와 차별심을 다 놓고 가야 합니다."
스님의 인생 철학은 자연 그대로 사는 것이다. 반찬도 김치, 나물, 된장이면 충분하다. 잠자리도 생사에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이불 없이 요 하나로 지내고 있다. 조작하지 않는 삶, 즉 청정심을 잃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무시선무처선(無時禪無處禪) 즉,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현존하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부처고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불사다. 순간순간 정성고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
스님은 고령 출신으로 1981년 통도사 금강계단 자운율사 사미니계를 수지하고, 1986년 운문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을 거쳐 2000년부터 팔공총림 동화사 말사인 대구 보현암 주지를 맡고 있다.
선진 스님은 영남불교문화연구원 이사장도 맡고 있다. 10년 넘게 운영되는 영남불교문화연구원은 불복장 의식을 연구하고 영남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은 시민들과 함께 전국 사찰, 고분, 문화재 등 역사탐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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