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예방은 없나'

이통원 기자
이통원 기자

"작은 구멍이 큰 배를 가라앉힌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최근 대구에서는 작은 분진으로 인해 시작된 화재로 92명의 시민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3명은 목숨을 잃었고, 4명은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바로 지난달 19일 발생한 대보사우나 화재 사건이다.

이날 화재는 목욕탕 구둣방 내부에 있던 콘센트에서 불이 시작됐다. 경찰은 2차례에 걸친 정밀 감식 결과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에서 발화가 시작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재 당일 대보사우나 인근은 아수라장이었다. 구도심 지역에 위치해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오거나 고정적으로 목욕탕을 들르던 고객이 많았던 만큼 피해자들은 서로 친분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혹시나 지인이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물어보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주민들을 통제하는 경찰과 불을 끄는 소방관 등이 뒤섞이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른 아침부터 비까지 내려 스산한 가운데 연기는 불이 꺼진 뒤에도 몇 시간 동안이나 건물 위로 뿌옇게 치솟았다.

기자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던 내부에 들어가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재와 검게 그을린 벽만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된 천장은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

노후된 플러그에서 트래킹(tracking) 현상으로 시작된 불꽃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은 내부 인테리어가 불에 잘 타는 가연물이 많았던 데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대보사우나 건물 위층의 아파트 주민들은 한동안 전기와 수도 등이 끊어지며 여기저기서 이재민 생활을 하다 주말을 기점으로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시름은 여전하다. TV도 안 나오는 등 생활의 불편이야 조만간 해결되겠지만 가장 큰 고민은 언제 또다시 불이 날지 모르는 노후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이다.

이번 화재 피해는 단 19분 만에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12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지만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신속한 출동과 진압으로 손을 썼지만 인명 피해는 컸다. 만약 이용객이 더 많고 차량 통행이 많은 낮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아찔할 정도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전기적 요인으로 봤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각 가정마다 사용하는 각종 전기 장치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절실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 전기 플러그를 뽑아 두고 노후된 설비는 제때 교체해야 한다. 특히 콘센트 등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이곳은 플러그를 꽂고 빼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튀며 먼지에 옮겨붙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

법적으로 설치 의무가 있는 화재 장비들은 화재 발생 시 각종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소화기 등이 작동하며 발생 후 피해를 줄이기 위하는 데만 맞춰져 있다.

불이 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화재 발생 소지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소방활동의 시작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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