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평]성격의 유형들/ 테오프라스토스 지음/ 김재홍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1880년 구스타프 이돌프 스판겐베르그가 그린
1880년 구스타프 이돌프 스판겐베르그가 그린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원'.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 등과 철학을 논하는 모습. 책 '성격의 유형들'에서 발췌

"외국에서 온 친구가 극장표를 가지고 왔을 때 공연은 보면서도 자신의 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다음 날 심지어 자신의 아들들과 노예까지도 데려온다. 만일 누군가가 싼 가격으로 산 물건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발견하면 자신과 몫을 나누자고 한다" -성격의 유형들 중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지은이 테오프라스토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근처에 세운 뤼케이온 학원의 2대 수장으로 있었고 동시에 페리파토스학파를 계승해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6년간 왕성하게 활동했다. 테오프라스토스가 다뤘던 주제와 관심은 논리학, 형이상학, 정치학, 윤리학, 심리학, 생물학, 식물학, 자연학, 기상학, 감각의 문제, 천체의 문제 등을 아우르는 학문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성격의 유형들
성격의 유형들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있는 옮긴이 김재홍은 국내 처음으로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을 국내 최초 완역 출간했다. '성격의 유형들'은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인들의 일상을 생생한 드라마 영상처럼 살아움직이는 장면으로 핍진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런 아테네인들의 삶을 통해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유형 30가지에 대해 일련의 스케치를 하고 있다. 인간 성격 연구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고전인 셈이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다른 사람이 인사를 건넸을 때 답례하지 않으며, 자신이 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때 사려는 사람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얘기하지 않는 대신에 얼마를 낼 것인지 묻는다. 또 누군가가 그를 떠밀거나 발가락을 밟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으며, 돌부리에 채였더라도 돌부리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다.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는 사람=친구가 보낸 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만찬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나에게 형편없는 수프와 포도주를 보낸 것이군"이라고 말한다. 비가 와도 비를 일찍 내리지 않았다며 제우스 신에게 불만을 터뜨리며, 첩이 입을 맞추면 "너의 애정이 진정 가슴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놀라워"라고 말한다.

▷아부하는 사람=자신과 함께 걷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칭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십니까? 이런 일은 이 도시에서 당신을 제외하고는 다른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가죽신 이피크라티다스를 사기 위해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발이 신발보다 더 맵시 있다고 말한다.

▷가식을 부리는 사람=무언가를 들었을 때 무언가를 듣지 않은 양 가장하고, 보았을 때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동의했을 대는 동의한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아"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을 믿지 말아야만 하는지, 그를 비난해야만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등은 가식 부리는 사람들의 관용적 어투다.

▷오만한 사람=거리에서 걸어갈 때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지만 자신의 머리를 아래로 유지하고 자신에게 좋다고 여겨질 때만 위로 향한다. 친구들을 위해 만찬을 내놓을 때 그들과 더불어 식사를 하지 않지만 자신의 고용인 중의 한 사람에게 그들을 돌봐주라고 말한다. 여행을 할 때도 미리 누군가를 보내서 자신이 오고 있다고 알리게 한다.

▷눈치 없는 사람=여자 친구가 열이 날 때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방금 보증금을 몰수당한 사람에게 다가가 보증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결혼식에 초청받은 손님으로서 여성다움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노예가 채찍질당하고 있는 동안 바라보고 있으며, 자신의 노예 소년이 한때 저렇게 두들겨 맞은 다음에 스스로 목을 맸다고 상세히 설명한다.

이밖에도 수다쟁이, 역겨운 사람, 아둔한 사람, 오만한 사람, 비겁한 사람, 허풍선이, 불쾌한 사람, 비방꾼 등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의 유형들도 잘 기술하고 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련의 스케치를 통해 당시 사회의 규범에서 이탈하는 부정적 행태와 성격들을 예리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동료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적, 지적인 성격들의 왜곡된 모습을 지적함으로써 폴리스란 공동체의 '더불어 사는 삶'에서 필요한 인간 상호간의 '친애'의 덕을 되살리고자 했다. 29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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