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대게의 고장' 영덕으로 어서 오시게∼…21일부터 24일까지 영덕대게축제

영덕 대표 먹을 거리, 대게와 미주구리가 쌍끌이 역할
영덕대게축제는 21일(목)부터 24일(일)까지 강구항 일원에서
영해지역 칠보산, 전통마을, 메타세콰이어 숲도 영덕 관광의 보석
영덕대게로 따라 가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눈이 호강하는 코스

영덕대게축제를 앞두고 15일 강구항에서 열린 대게경매장에서 대게를 낙찰받은 중도매인이 대게를 손수레에 싣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대게축제를 앞두고 15일 강구항에서 열린 대게경매장에서 대게를 낙찰받은 중도매인이 대게를 손수레에 싣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게의 일생을 들은 적이 있다. 연근해의 바닷속 여기저기를 옮겨 다닌다. 깊은 물로 들어가 수압과 해류를 견디면 껍질을 깨고 살이 제대로 오른다. 그러기를 여러 번. 평생 8~12번 탈피를 한다. 천수를 누리면 15~18년 살 수 있다지만 자연사 하기가 쉽지 않다. 몸통 크기 9cm 정도가 되는 8~9년째 대거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경북수산자원연구소의 설명이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단 말은 인간계에서나 통할지 모른다. 게의 입장에서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찬물, 깊은 물 시련 다 겪고 나니 그물에 걸려 찜통에 들어갈 운명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대접 한 번 제대로 받는다. 야트막한 바다에서 잡힌 게와 구별해 '대게'라 따로 이름 붙는다. 동해안 피트니스클럽에서 속살과 껍데기를 제대로 키워 밥상에 오르니 극존칭으로 불려도 성에 차진 않겠지만.

대게를 먹는 인간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구수한 대게를 먹을 만큼 먹고 자연사하는 호사도 누리니 말이다. 이번 주는 대게축제가 시작된 영덕이다.

15일 영덕 강구항에서 대게경매를 앞두고 어민들이 박달대게,대게,홍게등 크기와 종류에 따라 대게를 구분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15일 영덕 강구항에서 대게경매를 앞두고 어민들이 박달대게,대게,홍게등 크기와 종류에 따라 대게를 구분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의 효자, 대게

강구시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닷가 시장을 둘러보며 영덕대게거리로 향한다. 지난해 여름 태풍에 고초를 겪었던 강구시장은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말끔하다. 4년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길이다. 걷자니 길이 제대로 보인다. 자동차 안에서 정체와 소음에 온전히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어 떠밀려가던 길이 아니다. 짭짤한 바다향이 콧바람으로 들어온다. 대게를 먹겠다는 설렌 가슴에 숨이 막히고, 갓 잡혀 올라온 대게는 거품을 문다.

영덕에게 대게는 '효자'였다. 1980년대까지 농촌에서는 소를 팔아 아이들 대학에 보냈다지만 영덕 어촌에서는 대게를 팔아 대학에 보냈다.

15일 영덕 강구항에서 박달대게,대게,홍게등 대게경매가 열려 활력이 넘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15일 영덕 강구항에서 박달대게,대게,홍게등 대게경매가 열려 활력이 넘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을 대게로 등치하려는 수년간의 노력이 있었던 걸 부인할 순 없지만 영덕에선 대게만 잡히는 게 아니다. 영덕 앞바다에서 잡아 올려 다른 지역의 효자가 된 게 더러 있는데 대표적인 게 고등어와 문어다. 경북 내륙인 안동의 것이 된 지 오래다. 영덕에서 잡힌 고등어가 소금을 맞아 간고등어로 안동에 닿았고, 경북 북부지역 혼례와 장례에 빠지지 않는다는 문어 역시 영덕에서 온다.

애오라지 영덕의 이름을 내건 효자 브랜드는 대게다. 대게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길고 쭉 뻗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자로 죽해(竹蟹)인 이유다. 대게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홍게다. 둘 다 찌면 붉다.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구분법은 간단하다. 뒤집어 배를 보면 된다. 대게는 희고 홍게는 붉다. 껍데기 무른 정도도 다르다. 홍게는 단단하고 대게는 부드럽다.

홍게는 대게보다 금어기가 짧다. 짧은 금어기에 공급량이 비교적 넉넉하다. 수요공급 법칙에 맞게 값도 헐하다. 대게와 맛이 다르다고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먹어서는 대게, 홍게 구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영덕군 해안길인 블루로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푸른바다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데크길을 걷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또 하나의 효자, 미주구리

사실 언론사가 독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느 식당을 가야 하냐?'다. 양심적으로 답하자면 이렇다. 먹으려는 자는 팔려는 자의 입심이나 정체불명 맛집기행에 의존하게 되고 그런 메커니즘을 눈치 챈 팔려는 자는 마케팅을 빙자한 장난질, 즉 조작에 나서게 되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차치하면 '게맛을 좀 안 다는 현지인의 혀'가 신뢰도 면에서 그나마 앞선다.

강구항 영덕대게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게 전문식당가다. 그러나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축산항에 가보라는 게 현지인들의 추천이다. 영덕 원조대게마을로 알려진 차유마을이 축산항에 가깝다. 공교롭게도 경쟁지인 울진과 가까운 셈이다. 지근거리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영덕과 울진과 포항의 대게를 구분할 왕도는 없다. 심지어 삼척에서도 대게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영덕이 대게축제의 선두주자임을 부인할 순 없다. 올해로 22회째다. 21일(목)부터 24일(일)까지 강구항 해파랑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대게를 먹어보겠다고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미주구리회를 먹는다. 물가자미의 사투리다. 뼈째 썰어서 먹는다. 탈지면 솜 뜯어내듯 듬성듬성 썰어낸 미주구리회 한 젓가락을 토실한 대게 몸통에 뒤진다 할 수 없다. 영덕은 매년 4, 5월에 물가자미 축제도 축산항에서 열고 있다.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씹을수록 고소한 미주구리회가 영덕의 숨은 효자임을 현지인과 회 분야 미식가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영덕풍력단지에 오르며 거대한 바람개비와 푸른 동해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군 해안길인 블루로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푸른바다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데크길을 걷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대게로를 따라 가보게

대게든 회든 배를 채웠다면 여행의 본질, 돌아다니기 차례다. 인지도 면에서는 블루로드다. 그런데 말이 블루로드지, 영덕군 해안길 전체 65km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블루로드의 중심에 해맞이공원과 풍력단지가 붙어있다.

강구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가지 말고 해안도로, 영덕대게로(20번 국도)를 따라 가면 비경이 열린다. 왕복 2차로 도로라 운전하기 까다로워서 그렇지 조수석에 앉은 이는 눈 호강 제대로 한다. 어느 새 도착하는 해맞이공원이다.

영덕 해맞이공원의 랜드마크가 된 창포말등대.대게가 품은 등대로 유명하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풍력단지에 오르며 거대한 바람개비와 푸른 동해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해맞이공원은 바다에 접해 걸을 수 있는 데크길이 매력이다. 파도소리를 귀로, 바다내음을 코로, 쪽빛바다의 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야생화와 꽃나무가 900그루 넘게 식재돼 있다. 바닷가와 가까운 숲이라 생각해도 좋다.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산항 인근의 죽도산.죽도산 전망대에 오르면 확트인 푸른 동해바다와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 해맞이공원의 랜드마크가 된 창포말등대.대게가 품은 등대로 유명하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해맞이공원의 랜드마크가 된 대게가 품은 등대, 창포말등대 뒤편에 풍력단지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풍력단지는 입지상 고지대에 있다. 바람이 필수여서다. 높은 곳이니 전망이 빼어나다. 24개 거대한 바람개비다. 풍력발전기의 위용은 살아있는 교육 소재가 된다. 놀이터, 비행기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괴시리 전통마을은 고려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 선생의 탄생지이자 조선시대 전통가옥들로 고색창연한 영양 남씨 집성촌이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산항 인근의 죽도산.죽도산 전망대에 오르면 확트인 푸른 동해바다와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영덕대게로를 타고 차유마을을 지나 축산항까지 오면 열린 바다와 산책할 수 있는 죽도산이 있다. 죽도(竹島)라는 지명에서처럼 대나무가 주인인 섬이다. 원래는 섬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고 한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것 같은 '사주'와 '육계도'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축산천과 연안류의 퇴적 작용이 긴 사주를 만들었고 죽도산과 육지를 연결하는 육계도가 형성되었다는 거다.

아무튼,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왜구를 방어하는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왜구가 쳐들어오진 않고 쳐들어오더라도 다른 경로와 방식을 택할 것이 분명하기에 현재는 풍광을 감상하기 딱 좋은 곳이 됐다. 정상까지 나무데크를 설치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관광 명소마다 하나씩 있다는 출렁다리도 있다.

◆예주의 자랑거리들

영덕은, 울진에 비하면 덜하지만 세로로 긴 모양새다. 상주영덕고속도로를 경계로 남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리적으로는 영덕과 영해로 나뉜다. 당최 이게 무슨 소린가 싶지만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영해가 예주라는 이름으로 더 큰 행정구역이었다는 것이다. 경주, 상주처럼 직할 개념인 '주(州)'가 붙은 게 증거다. 예주는 북으로는 울진의 후포, 남으로는 영덕읍과 포항의 청하까지 속현으로 거느렸다고 한다. 동학농민운동과 의병활동이 들끓던 예주를 일제가 통폐합한 셈이다. 그래선지 영해에는 예주라는 이름이 들어간 상점들이 많다. 영덕의 유일한 문화예술회관도 예주문화예술회관이라 부른다.

벌영리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시집가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괴시리 전통마을은 고려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 선생의 탄생지이자 조선시대 전통가옥들로 고색창연한 영양 남씨 집성촌이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옛 예주에는 몇 가지 자랑거리들이 있는데 양반마을 두 곳이 먼저 꼽힌다. 행정구역으로는 영해면과 창수면으로 나뉘지만 자동차로 5분 거리인 괴시리 전통마을과 인량리 전통마을이다.

괴시리 전통마을은 목은 이색이 대표격이다. 목은 이색기념관 아래에 기와집들이 넘실댄다. 전통 한옥이 돌담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인량리 전통마을도 독특하다.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의 시댁마을이다. 짧게는 300년, 길게는 500년이 넘은 고택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여러 집안이 한데 섞여 있다. 산책하듯 둘러봐도 좋을 흥미로운 동네다.

칠보산자연휴양림도 빼놓기엔 아쉽다. 울진과 경계에 있는 병곡면 칠보산에서 삼림욕은 기본이다.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 20리 바다가 칠보산 중턱에서 시원스레 보인다.

벌영리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시집가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벌영리 메타세콰이어 숲길은 영덕의 떠오르는 관광 명소다. 속칭 '벌영리 메타숲'이다. '벌영리 산 54-1'이라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가면 편하다. 포장도로 공사중인 흙길로 1km 정도 가야한다. 저 멀리서부터 키 큰 나무들이 한데 모여 있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최근 영덕군이 진입로 확장공사에 나서고 있다. 입구에 '메타숲'이라 확실히 쓰여 있다.

주차장도 마련돼 공공의 시설처럼 드나들고 있지만 엄연한 개인 사유지다. 몇 보만 걷다 돌아 나와야지 했는데 금세 나올 거리가 아니다. 계속 안으로 들어간다. 400미터다. 메타세콰이어뿐 아니라 측백나무와 편백나무도 주변에 널렸다. 왕복 800미터를 오가는 동안 피톤치드 샤워를 한 기분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웨딩사진 찍는다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꽤 됐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나무가 프레임에 빽빽하게 들어차 색감과 원근감이 뚜렷하다. 조명과 인물이 돕는다면 역작을 따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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