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절반 이상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우리는 도로 위, 직장, 가정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분노에 사로잡혀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물론 흔히 화병이라고 부르는 증상처럼 분노를 자신 안에 꽁꽁 싸매어 놓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타인을 향해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건강과 사회에 모두 큰 피해를 끼친다. 미국은 한 해 분노로 인한 총기사고로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다고 한다.
화가 나는 상황은 계속 곱씹다보면 더 화가 난다. 분노는 일종의 생각의 습관과도 같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는 더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타인을 공격하던 화살은 결국 다시 자기를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들은 일관되게 분노가 절정에 올랐을 때는 차라리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안정을 취하는 감정완화시간을 가져 화를 피하라고 이야기한다.
대체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우리는 대개 분노의 원인을 상황과 환경 등의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원인은 마음속에 있다. 외부의 요인들은 늘 끊임없이 불공평했고, 부당해왔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내 기준의 판단과 증오심이다. 내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타인이 나의 판단에 맞지 않거나 혹은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증오뿐 아니라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불특정한 대상에 대한 내면의 증오심과 같은 것들이 조그만 잘못에도 불같은 분노를 뿜게 한다.
결국은 상황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분노는 해결이 된다. 나는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가? 내가 항상 옳을 수 없든, 타인도 늘 그를 수 없다. 타인의 잘못에 내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합리화해서는 안된다. 물론 분노의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분노는 어떤 식으로든 건강하게 발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람에게 향하게 되면 또 다른 분노와 분쟁을 낳는다. 분노의 표현은 솔직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되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여야 한다.
성경에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 16:32)'는 말씀이 있다. 사실 돌아보면 분노의 상황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러나 거기서 넘어져 다 잃고 상처만 남는 사람이 될지, 분노를 다스리는 깊은 통찰력으로 진정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지는 나의 선택이다. 오늘 하루, 화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만으로 내 삶이 한층 더 건강해지는 경험을 해보길 권해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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