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축적된 부(富)의 행방은?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인간이 원시생활을 할 때는 고작 먹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무 열매나 사냥감을 찾아 이곳저곳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런 인간에게 새로운 큰 변화가 왔다, 그것은 농업의 발명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않았으며 토지 가까이에 마을과 도시를 형성하면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농업은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분량 이상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고, 또 초과분은 저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가와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양상 속에 점차 보이지 않는 계급층이 생기게 된 것이다. 즉 마을의 관리자, 부족의 족장, 왕, 귀족 등 정치적 권력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농민들이 생산해 낸 대량의 잉여 생산량을 나누어 가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항상 더 유리하게 가져가곤 하였다.

다시 말해 이들은 실질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노동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으며 농민들은 그들이 생산해 낸 잉여 생산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가난해야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현상으로 농민들이 만들어 놓은 부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회는 놀고먹는 계층, 즉 왕이나 귀족 같은 것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끊임없는 투쟁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카를 마르크스는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말했던 것이다.

18세기 무렵부터 새로운 사회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즉 공장이나 철도, 대형 증기선, 그 외에 각종 운송수단의 대변화를 가져오면서 인간은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사회 문명의 발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되었지만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량생산의 부는 인간으로서는 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단한 부를 가져옴과 함께 우리는 또다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계급의 출현을 맛보게 된다.

바로 생산수단을 독점하는 자본가 계급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의 임금 거래조건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뚱어리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부를 착취해 갈 수 있었고, 노동자들은 그들이 만든 부가 사라져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모순에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포함하여 왕이나 귀족, 혹은 정치적 관리자라고 하는 모든 계층의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공동 생산하는 공산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 구소련을 포함하여 중국, 폴란드, 동독, 북한, 헝가리, 체코 등의 공산국가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고 묘하게도 이들 국가들은 모두 경제적 몰락을 하고 말았다. 쉽게 이야기해 이들 국가에선 노동자와 농민들이 쌓아 놓을 수 있는 부, 그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와 농민이 만들어 놓은 축적된 부는 없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떤 형상으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그 방법은 상당히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마술처럼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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