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님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전한 포항을 만들어주세요"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주최 '범시민 결의대회' 시민 3만여 명 운집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범시민 결의대회'에 포항시민 3만여 명(포항시 추산)이 운집해 정부에 포항지진 피해 손해배상과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형욱 기자

2일 오후 1시 30분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

포항시민들이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현수막 등에는 '정부는 포항지진 피해 즉각 배상하라!', '무너진 지역 경제 살려내라' 등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새겨져 있었다.

30여 분 만에 육거리에서부터 700여m 길이의 포항중앙상가는 발 디딜 틈이 없이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들의 눈빛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시민은 "이처럼 한 자리에 시민들이 몰린 것은 포항 역사에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감탄했다. 이곳에 모인 참석자는 포항시 추산 3만여 명에 달했다.

이날 시민들은 포항지열발전소가 촉발한 포항지진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자 모였다. 행사는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주최했으며, 7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가족 단위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해냈다.

유상선(62·대도동) 씨는 "지진이 있었던 그 날의 공포를 한시도 잊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이 지진이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였다는 사실에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도 생겼다"며 "지열발전소를 포항에 짓도록 한 정부 책임자들이 꼭 처벌받고,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포항시민들이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 흥해중학교, 대성빌라 이재민 등이 시민 대표로 호소문을 낭독할 때는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보였다.

흥해중 남이정 학생은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것은 국민이 크나큰 위험에 처했을 때 발 벗고 나서서 돕겠다는 뜻이라고 학교에서 들었다"며 "국가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가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달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포항지진 특별법 관련, 국민청원 열기도 높았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현장에 차린 국민청원 참여 부스 앞에 발길을 멈추고 청원 참여 방법에 대해 귀 기울여 들었다. 또 무대에서 진행된 국민청원 독려 퍼포먼스를 보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주변 지인들에게 참여할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 일대에서 열린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 일대에서 열린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끈 것은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의 삭발식이었다.

이 시장 등은 "포항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정에 없던 삭발식을 진행했다.

시민 김철민(50·우현동) 씨는 "운집한 시민의 규모에 놀랐고,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삭발하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며 "시장 등이 시민 규합과 특별법 제정에 삭발로 의지를 보인 만큼 정부도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시민 김건태(63·두호동) 씨는 "오늘 자리에 참여한 것은 시민으로서 이 문제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무작정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보다는 특별법 제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범대위의 주장을 믿어볼까 한다"고 했다.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 일대에서
2일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 일대에서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현장에 설치된 '시민들의 소원을 담은 소원지 보드'에서 한 시민이 스티커에 글을 쓰고 있다.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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