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IB 도입, 공교육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까

대구 올해 후보학교 9개교 운영…2024년 2월 첫 졸업생 배출 예정

최근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최근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IB 교육의 현장 도입방안 연구 결과보고회'에 교원들이 도쿄가쿠게대학 부속 국제중등교육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제공된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반응을 400~600 단어로 다음의 세 요소를 포함해 적는다. ▷이 장면에서 나레이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내적 독백을 쓰라 ▷이 이미지에서 보이는 순간에 뒤따르는 사건을 이야기하라 ▷당신이 이미지 속 인물이라고 상상해보라.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을 묘사하라(창의적 글쓰기)

#다음 자료의 목적, 가치 한계점에 대한 개요를 서술하시오. ▷전쟁과 인류 대립의 학문적 연구에 대한 문단 작성 ▷제2차 세계대전(1943)에서 정치 지도자의 연설을 발췌(역사 평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학교 과정(MYP) 시험문제 예시다. 정보해독력은 물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숙고, 연구, 의사소통 등 다양한 자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대구의 일부 중학생들도 이러한 시험문제를 마주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대구시교육청이 IBO가 개발, 운영하는 국제인증 교육과정(IB)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IB에 대해 알아보고, 최근 시교육청이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손잡고 6개월간 연구, 발표한 현장 도입방안 연구결과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살펴본다.

◆주입식 교육에서 표현하는 교육으로

IBO는 1968년 창립된 이후 세계 150여국에 IB를 도입해왔다. 50여년간 개발과 운영을 거듭해오며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교육과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2013년부터 공교육에 도입, 운영하고 있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며, PYP(초등학교 과정)-MYP(중학교 과정)-DP(고등학교 과정)으로 운영된다.

특히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문제해결력보다 문제발굴력 ▷지식소비자가 아닌 지식생산자 ▷취업을 위한 준비 교육에서 미래 직업을 창출할 역량 교육으로의 변화를 꾀한다.

IB학교는 관심학교, 후보학교를 거쳐 인증학교로 지정받게 되는데, 각 단계마다 평균 18~24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IBO의 인증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대구는 올해 경북대사대부초, 서동중, 포산고 등 총 9개교가 후보학교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후보학교들이 IBO의 인증 절차를 거쳐 인증학교가 되는 시점 등을 고려하면 2024년 2월에 첫 DP과정 졸업생을 배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현재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이 올 상반기 내에 IB 한글화 도입을 위한 IBO와의 협력각서 체결을 앞두고 있어, 한글화가 완료되면 IB가 조기 안착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구시교육청 미래교육과 윤준 장학사는 "IB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미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스위스 IBO 본부의 평가관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평가하고 상시 관리할 정도로 엄격한 편이어서, 운영을 위한 준비를 꼼꼼히 체크해나가며 찬찬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지향점 비슷

대구시교육청은 IB 도입을 위해 지난 6개월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박윤배 교수팀과 함께 'IB 현장 도입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최근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결과보고회에서는 IB교육의 도입방안과 과정별 적용방안, 연수방안 등 도입에 필요한 내용들이 소개됐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IB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상호 연계 및 통합 적용이 가능하다. ▷탐구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 ▷모험심이 있는 사람 등 IB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습자상이 대부분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역량과 긴밀한 연결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감은 학교나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학교를 지정·운영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05조 1항이나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 개설 가능'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같이 법적 조항에도 이미 도입의 근거가 마련돼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IB DP 과정의 'Literature'(문학) 과목 교육내용이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문학영역의 성취기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각 과정 도입시 시범학교 선정을 지역별로 해, 일정한 지역 안에서 초중고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PYP를 이수한 학생들이 계속해서 MYP, DP 학교로 진학하게 돼 IB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육청 차원에서 IB 한글화 협약 체결에 이어 시범학교들을 자율학교로 지정하고 IB 과목들의 선택과목 지정, 번역 자료 제공이 뒤따라야한다고 제안했다. IB코디네이터 등 IB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교사에 대한 수업시수 감면, 행정업무 감소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윤리나 평가와 관련된 규정을 제정해 준수하고, 타당하고 신뢰 있는 평가가 되도록 필요한 지원과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