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이디어는 번쩍하고 나오는 것 아닌가요?"
광고 의뢰를 받을 때 광고주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작업 시간을 얼마 줄 수 없으니 번쩍하고 아이디어를 빨리 가져와달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작업 시간이 짧으면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
필자에겐 아이디어 강박증이 있다. 백지를 앞에 둔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 두려움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 광고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내면 어떻게 될까? 아이디어를 보고 실망한 광고주의 표정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럴 땐 마치 수술을 실패한 의사가 환자에게 따귀를 맞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공포증이 생겼다.
'이렇게 살 수 없겠다' 싶어 묘책을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연구한 것이다. 그들을 공부하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 요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루틴(routine)'이었다. 일정한 생활 습관을 그들은 마치 종교처럼 믿었다.

얼마 전 은퇴 선언을 한 이치로는 혹독한 루틴으로 유명했다. 이치로의 생활 습관은 다음 날의 게임 시간을 역산으로 계산해 정해진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운동 시간 등 모든 패턴이 경기를 중심으로 계산된다. 그렇게 한 달, 1년의 계획표가 나오고 이치로는 철저히 거기에 맞추어 움직인다. 아마 그는 정해진 생활 방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정감으로 성적 향상을 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루틴의 힘은 강했다. 18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그는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냈다. 철저한 생활 패턴이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JYP 박진영 프로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의 순서와 잠자기 전에 하는 일의 순서가 철저히 정해져 있었다. 그중에는 견과류를 몇 개 먹고, 몇 분 동안 발성 연습을 한다는 것까지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순서까지 말이다. 밤낮이 바뀌어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의 루틴이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필자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체중계에 올라간다. 자칫 살이 많이 찌거나 뱃살이 나오면 아이디어 내는 것에 방해가 된다(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회사로 출근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본다.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약간의 독서를 한다. 필자는 하루 100페이지의 독서를 가장 중요한 루틴으로 두고 있다. 아웃풋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릿속에 인풋을 넣는 것이다.
오후 업무를 보고 되도록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한다. 퇴근할 시간쯤이면 집중도가 낮아져 더 회사에 머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칼퇴근은 저녁을 일찍 먹는 것에 도움을 준다. 저녁이 늦을수록 몸에 좋지 않다.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남은 독서로 100페이지를 완성한 후 카페에 가서 남은 작업을 마무리한다. 집에 가서는 절대 회사 업무를 하지 않고 유튜브와 영화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 그리고 되도록 밤 10시 50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자정이 넘어 자는 것과 그 전에 자는 것은 다음 달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루틴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체중'과 '독서'다. 뱃살이 들어가고 몸이 가벼우면 아이디어도 잘 나온다. 이 부분은 물리적인 부분이고 독서는 보이지 않는 지식적인 면이다. 독서를 하며 좋은 광고 카피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루틴을 지키니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이 유지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통해 아이디어 앞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독자분들도 두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루틴으로 이겨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루틴이 창작가인 필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을 유지되니 머리가 맑아졌다. 그것들이 필자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다준 것이다.
빅아이디어는 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서 지켜보자. 그런 일정한 루틴이 당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