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두호동 잇따른 화재에 2013년 '용흥동 산불' 악몽 떠올라

도심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백명 주민 혼비백산

포항, 이번엔 화재 공포...두호동 철미산 산불 어쩌나
4일 오후 2시 33분 쯤 포항시 북구 두호동 도심 속에 위치한 철미산에서 산불이 나 인근 환호공원으로 옮겨 붙자 소방헬기가 긴급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om
4일 오후 2시 33분 쯤 포항시 북구 두호동 도심 속에 위치한 철미산에서 산불이 나 인근 환호공원으로 옮겨 붙자 소방헬기가 긴급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om

경북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 당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날씨가 건조한 데다 강풍까지 불어서 한번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항은 이틀 연속으로 산불이 발생했고, 이 중 하나는 2013년 용흥동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4일 오후 2시 34분쯤 포항 북구 두호동 철미산에서 불이나 삽시간에 확산하기 시작했다. 습도 18%의 매우 건조한 날씨에서 발생한 불은 초속 4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날아가며 번져 금세 산 일대는 연기에 휩싸였다.

산불이 발생한 곳은 168가구가 사는 아파트 바로 뒤편이었고, 야산을 둘러 2천여 가구가 살고 있어, 자칫 인명피해도 우려됐다.

수백명의 주민들은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연기에 놀라 집 밖으로 대피한 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산불을 지켜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인력 400여명과 헬기 4대 등 장비를 동원해 진화에 들어갔다. 이 동안에도 불은 왕복 6차선 도로를 넘어 환호공원 방면 산까지 번졌다.

소방당국 등은 불이 민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쉴새 없이 물을 뿌렸다.

다행히 큰불은 이날 오후 3시 57분쯤 잡혔다. 하지만, 밤사이 불이 다시 붙을 수도 있어 소방·산림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산림 0.2㏊가 불에 타 소나무 400여 그루가 사라졌다.

이번 산불은 도심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2013년 3월 포항 용흥동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산불로 1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택·상가 등 건물 111채가 불에 타 이재민 57가구 116명이 발생했다. 산림피해는 용흥동과 두호동에 걸쳐 79㏊(23억5천만원)에 달했다. 전체 물적 피해 규모는 54억1천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었다.

두호동 주민 박봉화(75) 씨는 "양철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에 밖을 보니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어 너무 무서웠다. 평생을 이 동네에 살면서 이런 산불은 처음 봤다"며 "예전 용흥동에서 난 산불이 두호동까지 번져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이 떠올라 끔찍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오후 7시 52분쯤 남구 대송면 운제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주변으로 순식간에 확산해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포항시 직원·소방대원 등 공무원 2천400여 명은 산불 인근 지역인 대송면 대각리 마을주민 25가구 40여 명을 마을회관으로 피신시키며 산불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불은 4일 오전 1시쯤 잦아들기 시작했고, 날이 밝자 헬기 10대가 동원되면서 빠르게 진화돼 오전 8시쯤에는 잔불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산불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로 오후 4시쯤 연기가 다시 올라 소방헬기가 출동, 진화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이번 산불에 불을 끄던 시청 공무원 A(26) 씨가 탈진하고, B(30) 씨가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민간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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