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교실수업 개선 노력은 전국에서 단연 선도적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수업 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현장에 큰 무리 없이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 모임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교육청 내에는 ▷배움의공동체연구회 ▷거꾸로교실연구회 ▷하브루타연구회 ▷비주얼싱킹연구회 ▷활동중심수업연구회 등 5개 교사 전문 학습공동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모임에 속한 교사들은 "우리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타 시·도에서 부러워할 정도의 재정적, 공간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대구시교육청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움의공동체연구회
2012년 결성된 배움의공동체연구회는 가장 오랜 기간 운영되고 있는 교사 전문 학습공동체다. 현재 80여명의 회원이 새로운 수업 모델을 연구해나가고 있다.
매달 수업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20여개의 수업을 공개하는 초·중·고 수업축제인 '수업세미나'를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매년 30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해 하루 내내 수업방식을 분석하고 공유한다.
장애숙 배움의공동체연구회장(동도중 수석교사)은 수업 초반 5분여간 교사의 짧은 개념설명에 이어 모둠활동 등을 통해 수업을 이끌어나가는데, 이렇게 하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알려주고, 궁금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습득할 수 있는 수업으로 나아간다"며 "수업세미나와 임상연구를 통해 교사들이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시점에서 집중하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쌓아나가는 지 분석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변화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보면 아이들의 창발성과 관찰력이 생각보다 무척 뛰어나다. 교사들도 아이들과 소통하며 관계가 좋아지고, 결국 서로 만족하는 수업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꾸로교실연구회
'거꾸로교실'은 간단히 말해 온라인 선행학습 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식 강의 등을 하는 역진행 방식의 수업이다.
전통적 수업방식과 달리 학생들이 가정에서 미리 내용을 학습한 뒤 실제 강의에서 교사와 함께 토론이나 과제 풀이 등을 하는 혁신적 수업 방식이다.
거꾸로교실연구회 대구지역장인 최희식 효성중 교사는 "기존 칠판 수업 때는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잠자는 교실'을 깨우자는 것이 거꾸로 교실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선행학습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수업에 앞서 5~10분 가량 '디딤영상'을 보고, 토론식 협력수업을 한다. 시끌벅적한 수업 속에서 경청과 공감, 협동 등 삶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거꾸로교실연구회는 올해 미래교실네트워크의 '사상 최대 수업 프로젝트'(사최수프) 실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최수프는 교실 배움의 영역을 뛰어넘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인재로 키워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최 교사는 "위험한 하교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자체나 관련 기관 담당자와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브루타연구회
'하브루타'의 뜻은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 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것'이다.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사용하는 교육법으로, '토론을 놀이처럼' 진행한다.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즉 확산적 질문을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브루타연구회의 조남미 서동중 수석교사는 "서로 가르쳐주는 학습방법이 24시간 후 90% 이상 남아있을 정도로 가장 효과가 좋다"며 "직접 삶과 연계한 질문을 만들어보고 토론을 통해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브루타연구회는 10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주로 하브루타의 철학과 원리에 기초한 수업 방법을 모색하고, 질문 토론 수업방법 개발과 적용 방안 연구에 매진한다.
조 교사는 "대구의 학생들이 말을 잘 꺼내지 않고 정확히 표현하는 데 비교적 서툴며, 완전한 문장으로 발표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며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프렙' 활동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와줘서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했다.

▶비주얼싱킹연구회
비주얼싱킹은 말 그대로 '생각의 시각화'다. 생각과 정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 이미지와 영상, 몸을 사용한 비언어까지 포함한다.
김장환 비주얼싱킹연구회장(새론중 수석교사)은 비주얼싱킹이 학습 효율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유용한 수업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시각적 표현을 하면 우선 이해가 쉬워지고, 구조화·체계화를 통해 장기 기억으로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얼싱킹은 다른 수업방식에 양념처럼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과학 실험과정을 시각적으로 정리하거나, 글 쓴 내용을 요약하고 다시 쉽게 기억해낼 수 있어 논술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시각적 표현이 서툰 학생은 교사가 제시한 그림에 색칠을 해보며 집중력을 높이기도 한다.
김 회장은 "60여명의 회원이 함께 수업 디자인 연구 개발, 비주얼싱킹의 수업 적용 및 실천 사례 공유, 워크숍, 세미나 등을 꾸준히 가지며 협력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활동중심수업연구회
올해 결성된 활동중심수업연구회는 100여명의 교사가 소속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학습을 제공하는 활동중심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우선 교수학습과정안에 따라 ▷전시학습 ▷동기 유발 ▷학습목표 제시 ▷활동지 기록 ▷요약 및 평가와 같은 수업 절차를 준비해보고,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이를 적용해보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서로 내용을 설명하며 스스로 이해력을 높이고, 생각한 것을 발표해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자신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몰랐던 부분이 없었는지 알게 되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김태우 활동중심수업연구회장(운암중 수석교사)은 "매달 세미나와 기초·심화연수를 진행해 활동중심수업 설계 방법과 수업절차에 따른 수업안 쓰기, 수업 실행의 구체적인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수업 연구에 시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흔하지 않은 일이라, 선도적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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