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것을 바로잡으려(矯枉)다가 오히려 반대로 굽게 되었다(過正)는 의미로, 잘못이나 흠을 고치려다 그것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남조(南朝) 범엽(范曄)의 "후한서"(後漢書) '중장통전'(仲長統傳)에서 처음 쓰였다. 후한 말기 학자 중장통은 "정치가 잘 이루어지려면 사람들은 부정한 기풍과 혼란이 바로 고쳐지기를 바라지만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을 때 지나쳐 다시 올바른 정도를 넘기도 한다"(復入于矯枉過正之檢)고 했다. 한 경제(景帝)는 제후의 세력이 날로 커져서 중앙집권이 약화되는 국면이 올까 두려워 조착(晁錯)의 건의를 받아들여 빌미를 만들어 제후의 영지를 삭감했다. 이러한 삭번(削藩: 제후국의 세력을 약화)책은 오히려 유비(劉濞) 등 제후들의 강렬한 반대를 불러와 결국 일곱 제후국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를 가리켜 '칠국지란'(七國之亂)이라 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소뿔을 곧게 하려다가 소를 죽인다고 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있다. 곽박(郭璞: 중국 풍수학의 시조)이 지은 현중기(玄中記)에 기록이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도성(都城)의 종루(鐘樓)에 설치할 새 종을 만들면 먼저 하늘에 제사를 올렸는데, 이때 소(牛) 피를 종의 겉면에 바르는 풍습이 있었다. 종제(鐘祭)에 제물로 바쳐지는 소는 잘생기고 털빛도 좋으며 특히 양 뿔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어야 했다. 이런 소는 찾기 쉽지 않은 만큼 귀했다. 한 사람이 종제에 사용할 소를 얻기 위해 휘어져 있는 소뿔을 잘라서 고르게 하려다가 결국 소를 죽이고 말았다.
일전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박지원 국회의원은 '교각살우'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보호하려다 헌재소장을 낙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협치(協治: 정치를 함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중요 현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말함)의 모습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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