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주적' 묵살한 국방부, 정권 코드 맞추기라고 할 수밖에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정치학회의 용역보고서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7년 국방부로부터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 제작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발주 받은 한국정치학회는 7개월 동안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작년 상반기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내용은 "우리에게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3월 '북한=주적'이라는 내용을 삭제한 정신전력교육 교재를 일선 부대에 배포했다. 내용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펴낸 '2018 국방백서'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북한이 주적이란 표현을 삭제한 이유도 2018 국방백서와 똑같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으로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심기를 살피고, 국방부는 그런 정부에 '코드'를 맞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북미 회담은 새로운 안보 환경을 조성한 게 아니라 북한은 핵을 놓을 뜻이 없음을 재확인해줬다. 이는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주적임을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주적 개념 삭제는 자멸적인 안보 포기다. 적을 적이 아니라고 하면 그 적이 없어지나.

그 역효과는 군의 '정체성' 혼란을 낳고 있다. 주적 개념이 사라진 게 맞느냐는 병사들의 질문에 간부들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한다고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한술 더 뜬다. 정 장관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도발·제2연평해전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했다. 한때 양어깨에 별을 주렁주렁 달았던 장군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뜨거운 '코드 발언'이었다.

군대의 존재 이유는 전쟁 대비이고 전쟁 대비는 주적이 분명해야 제대로 된다. 문 정부는 이런 기초적인 공리(公理)마저 팽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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