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시합이 있었다. 시합을 앞두고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이 전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고, 이세돌 본인도 '알파고가 아직은 나의 상대는 아니다'라고 여유 있게 웃어가며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알파고가 완승(4승1패)을 거두었으며 이세돌 본인도 '놀랍다, 알파고는 완벽했다'라고 실토했다. 대국 결과,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의 위력에 전 세계가 두려워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이스라엘 사학자 하라리는 '감정이란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며 신기한 현상은 아니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얼굴 표정, 목소리만 가지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과학이 이해하는 데 실패한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의식을 가질 수 없다. 알파고는 시합을 하면서도 불안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지능은 높지만 의식은 없는 하나의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는 알파고가 어떤 기작으로 바둑을 두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대국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읽어내야 할 지 힘들었지만, 알파고의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세돌의 1승(알파고의 1패)이 가지는 의미가 대단한 것으로 보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도 완전할 수 없다. 법도 종교도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안전과 위안과 편리함을 얻고자 하는 인간이기에 존재로서의 필요성을 갖는다. 제행무상이라 했으니 자연(우주)은 변화를 거듭할 것이고 그 속의 인간도 인간의 사고도 시간과 더불어 변할 것이며,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에 대한 이해는 시간을 두고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완전하다고 해도 변화하는 우주 속에서 완전성을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까지 침탈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부분적인 침탈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인간 스스로의 변화가 더 큰 몫을 할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의식은 당분간은(어쩌면 영원히) 어떠한 과학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므로 인공지능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의 비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주와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성찰일 것이다. 세상과 세상의 모순과 인간과 인간의 고통에 천착하는 '나'를 바로 알고자 하는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나 아닌 것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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