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 지음/공명 펴냄

살인, 집단 폭행 등 미성년의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살인, 집단 폭행 등 미성년의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년을 위한 재판'은 소년법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소년법 존치 이유에 대해 쉽게 풀어내고 있다. 사진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한 시민단체가 소년범죄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집회 모습. 연합뉴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인천 여중생 집단강간 사건 등 소년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소년법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소년법이 정말 가해소년과 범죄소년에게 유리한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법인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년법 폐지를 논하기 전에 소년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팩트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

'소년을 위한 재판'은 실제 소년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소년재판부 판사가 소년법을 알기 쉽게 풀어낸 것이다. 소년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현행제도의 개선에 대한 고민 등을 각종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

◆소년법의 본 모습은?

지은이는 소년법 폐지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년보호재판의 실무 최전선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의문을 품었다. '혹시 소년법과 제도의 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제대로 알려지면 소년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에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벌이 감형되는 것은 부당하다. 지나치게 범죄 소년을 감싸는 것 아닌가',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년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등 소년법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요즘 소년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며,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어떻게 다른지, 소년법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소년법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지은이는 소년법에 대한 개념 설명과 함께 소년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소년법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소년에게 주어지는 것이 '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라는 점에서 비판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호처분에는 교육이나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내지 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짐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년 범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절도, 폭행 등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대부분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고 풀려나게 된다. 소년 재판을 진행해온 지은이의 생각으로는 보호처분이야 말로 소년들을 매우 귀찮게(?) 해서 징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법 적용 나이 낮추고, 피해소년 보호조치 강화 필요

현재 소년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지은이는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스마트 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습득 면에서 지나치게 '영악'해진 소년들의 사회적 성장을 반영하자면, 형법상 책임능력을 13세 정도로 낮추어 만 13세 이상 소년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입법논의라고 생각한다."

또 현행 소년법과 제도에서 피해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가해소년에 대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을 위한 보호처분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소년보호'라는 개념 속에 가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도 목표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다보면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허술하거나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소년들을 위한 각종 필요조치들이 세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소년법의 기초적인 개념부터, 소년재판의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소년법이 나와도 연관성이 있는 법임도 깨닫게 된다.

지은이는 직접 다룬 사건을 전하면서, 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또 흔히 혼동하고, 가장 많이 물어오는 소년법에 관한 질문을 추려 '소년법 Q&A' 코너로 설명하고 있다.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은 알기 쉬운 만화로 구성해 어렵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344쪽, 1만7천원.

▷지은이 심재광은 2007년 판사로 임관한 이후 12년 동안 민사, 형사, 가사, 회생파산 등 각 분야의 재판을 두루 맡아왔다. 2017년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선발됐고, 2019년 현재까지 소년보호재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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