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간으로 12일 새벽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방안과 관련, '빅딜'과 '제재 유지'라는 미국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일부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야 비핵화 진전이 이뤄진다는 주장을 내놨던 우리 정부 입장도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또 그에 앞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등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정 화두는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돌파'로 요약되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 논의는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형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며 기존 빅딜 선호 입장을 거듭 내놨다. 더불어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는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예견한 듯 지난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며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제시하며 요구한 '민생경제 관련 유엔 제재 해제'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양보할 수도 없고, 핵무력 증강을 향해 역진할 수도 없는 김 위원장의 '딜레마'가 '자력갱생' 구호를 통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건설의 속도전을 이룬다는 당초 목표가 하노이에서 좌절된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내부를 정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이 파국으로 갈 것이란 극단적 우려는 일단 줄어들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한미정상회담 언론 발표문에 따르면 한미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쪽에서도 직접적인 대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던 '새로운 길'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는 점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북미 모두 쉽게 상대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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