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는 집 밖에서 집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밥을 얻어먹고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힘들게 지내야한다. 어떤 개는 재롱만 떨면서도 좋은 밥을 얻어먹고 여름 겨울이 있는 줄도 모르며 호사를 누리며 산다. 어떤 개는 호사를 누리다 주인에게 버려져 골목길 쓰레기통을 뒤지며 산다. 태어날 때는 그냥 어미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살아가는 길은 너무나 다르다. 이런 개팔자를 알 수 없어 그저 그 개의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세상으로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부유한 집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가난한 집에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뭐든지 해도 잘 되고 어떤 사람은 죽어라 해도 일이 잘 안 풀린다.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운명이라고만 하기도 어렵고 운명이라고 하며 포기하기도 어려운 게 인생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이어지면 운명이라고 방관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서글픈 운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비록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하더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운명에 기대거나 굴복하는 것보다는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더 의미롭다.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더욱 힘들게 사는 듯하다. 나라에서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아이들은 값비싼 스마트 폰을 수시로 바꾸는 풍요하기만 한 세상에 힘들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게 사는 듯 보인다. 지독하게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어른들은 가족을 위해,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무엇인가를 밤늦도록 해가면서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법'이라든지, '마음의 치유(힐링)'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는 게 힘이 든다는 말은 지금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통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럴 것이다.
무릇 생명 있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롭고도 처절한 존재방법을 언제나 찾을 것이다. 그래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것이 부처이고, 이들의 삶이 법문이요, 경전이라 나는 믿는다. 고달픈 존재들의 처연한 삶 자체가 종교라 믿는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세상의 길을 살아내면서 운명을 이겨내는 존재들을 보아라. 시지프스를 따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대견하고 위대한 그대들인가. 고통 속을 살아가는 그대가 부처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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