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길 먼 발달장애인 탈시설화…주거 문제 뿐 아니라 인력 등 지원 뒷받침을

시설 생활 중인 중증·정신 장애인 절반이 퇴소 의사 밝힐 정도로 탈시설 욕구 높아

탈시설 5개월차인 장애인 이상근(48) 씨는 자립생활가정에서 지내며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흠뻑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 일자리를 찾는 일이 고민이다. 이주형 기자.
탈시설 5개월차인 장애인 이상근(48) 씨는 자립생활가정에서 지내며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흠뻑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 일자리를 찾는 일이 고민이다. 이주형 기자.

뇌병변 장애인 이상근(48) 씨는 탈시설 5개월 차다. 33년 동안 시설 생활을 했던 그는 요즘 자립생활가정에서 지내며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 씨는 현재 한사랑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한글과 수학 공부를 하고 있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설거지 일자리를 찾은 동료와 달리 이 씨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일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맞는 가운데, 최근 지속하는 시설 비리와 인권 침해 문제를 극복하고 자립생활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과거 집단 수용 중심으로 운영하던 장애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수용시설을 벗어난 대구 발달장애인 10명 중 6명이 최근 2년 새 자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지역 발달장애인의 탈시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탈시설 정책과 제도, 인프라는 거주지 마련에만 집중돼 있어 지속가능한 탈시설 지원을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지원체계 마련과 지역사회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중증·정신 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거주자 상당수가 시설 퇴소 의사를 보였다.

정신요양시설 거주인 중 59.7%가 퇴소를 희망했으며, 이중 가능하다면 즉시 퇴소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도 53.8%에 달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42.6%가 시설 퇴소 의사를 밝혔고, 이중 즉시 나가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54.8%였다. 하지만 정신 장애인 34.5%, 중증장애인 18%가 퇴소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높아지는 탈시설 욕구에 대응하고자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7곳을 통해 발달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돕고 있다.

이들은 독립된 형태의 주거 및 생활을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체험홈'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년까지 거주한다. 자신이 정말 탈시설을 원하는지, 실제로 자립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대구시는 2017년 7월 장애인복지과 '탈시설자립지원팀'을 신설하고 최근 3년간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 지원'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등 공적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원 인력이다.

2010년 이후 탈시설화에 동참한 대구 발달장애인 74명 중 현재 24시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 인원은 21명에 불과하다. 자산 관리부터 대중교통 이용 등 간단한 일도 경험이 부족한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전이지만 지원은 늘 부족하다.

주간 보호에 머물러 있는 체험홈과 제도적 한계로 이들은 자립은커녕 자신의 안전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자립지원센터 관계자들은 "탈시설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활동지원사 인력 충원과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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