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민 스스로 망가뜨리는 대구 거리박물관, 부끄럽지 않나

대구읍성길에 조성한 '거리박물관'이 역사 유적에 대한 시민의 낮은 인식 탓에 마구 훼손되고 있다. 대구 옛 모습의 일부나마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소중한 역사 자료이자 관광 자원인데도 불법 적치물을 쌓아놓거나 부주의로 파손하는 일이 잦아서다. 이는 공공 자산을 대하는 낮은 의식에다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이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거리박물관은 중구청이 2012년부터 대구 옛 도심의 흔적을 발굴해 지역 관광을 진흥할 목적으로 추진해온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중 하나다. 총 75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는데 이 가운데 대구읍성을 테마로한 거리박물관에 소요된 비용만도 4억5천만원이다. 특히 1906년 대구읍성이 강제 철거된 후 만들어진 북성로·서성로 일대에는 과거 읍성 성벽과 성문 위치 안내판과 성 돌 등을 강화유리를 통해 볼 수 있게끔 전시해놓고 있다. 이는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타임캡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리박물관 인근의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이 강화유리 위에 발판을 덮어 내부 전시물을 가리거나 오토바이·자전거, 화물 등을 마구잡이로 올려놓는 바람에 거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시설물 위로 차량이 주정차하면서 강화유리가 깨지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2년간 파손된 강화유리와 보도경계석 유지 보수에 많은 혈세가 들어갔다.

비록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구청이 이 사업에 공을 들여온 만큼 시설물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이 많아 읍성길 유적지 보호가 쉽지 않다면 보다 안전하게 지켜내는 방안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거리박물관 주변에 보호 안내문을 설치하거나 대주민 홍보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민 또한 공공 자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이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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