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구시민 원탁회의가 관광 활성화와 환경 훼손을 두고 논란을 빚어온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매일신문 2018년 8월 13일 자 2면 등)에 대해 '설치 찬성' 쪽의 손을 들어줬다. 주춤했던 대구시의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은 16일 북구 엑스코에서 '보존인가 개발인가! 시민에게 듣는다, 팔공산 구름다리'를 주제로 시민 원탁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에 모인 168명의 시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토론을 벌인 뒤 최종 투표를 통해 60.7%의 설치 찬성(반대 31.5%·유보 7.7%)의견을 냈다.
대구시민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이날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추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대구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회의 결과가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공개적인 원탁회의에서 의견이 구름다리 조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에서 중단 중인 구름다리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은 2017년 1월부터 쇠락한 팔공산 관광산업을 되살리고자 국·시비 140억원을 들여 계획됐지만,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2월 실시설계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논란이 컸던 만큼 회의장에 모인 시민들은 시종일관 팽팽한 토론을 이어갔다.
구름다리 조성에 찬성하는 쪽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시민 박무환 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관광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과연 대구가 관광으로 창출하는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최고의 명산 팔공산을 이대로 놔두기보다는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들도 지지 않고 의견을 냈다. 시민 정현영 씨는 "산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관광자원 효과가 있겠지만, 왔던 관광객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힘은 없다"면서 "팔공산이 갖고 있는 풍부한 관광·생태자원을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등 관광산업을 장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구름다리 조성이 민간 업체인 ㈜팔공산케이블카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정남 씨는 "설계 상 구름다리는 팔공케이블카 종점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를 잇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케이블카 이용객이 폭증할 것"이라며 "시민의 돈 140억원을 들여 특정 민간 업체에 혜택을 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폐회사를 통해 "구름다리가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갖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특정인이 아닌 시민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설치하라는 뜻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서 "팔공산의 고유한 가치와 보존을 말씀하신 의견을 유념하고, 특정 업체의 이익으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관련 협의를 선행하는 등 시민들의 뜻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 불참한 반대 측 시민사회단체들은 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반대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실질적인 시민 대표성을 갖기 힘든 행사인 원탁회의 결과를 사업 추진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면 오산"이라며 "구름다리가 팔공산 경관과 환경을 훼손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사업 전면 재검토를 목표로 더 치열한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