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팔공산 정상 비로봉(해발 1천192m)을 점령하고 있는 방송·통신용 철탑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공동 검토에 나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최근 시민사회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로봉 철탑을 정비해 팔공산 최고봉의 정기를 살리고, 생태 관광자원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철탑의 이전 혹은 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국과 통신사들이 지금도 비로봉을 전파 중계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탓이다.
시·도는 오는 7월 착수 예정인 '팔공산 자연공원의 효율적 보전 방안' 공동 용역을 통해 묘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비로봉에만 '대형 철탑' 9개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팔공산 비로봉에 설치된 방송·통신용 철탑은 모두 9개다. 지상파 방송사(KBS·MBC·TBC)가 5개, 통신사(KT·SKT·공용)가 4개를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SKT의 철탑 1개를 제외한 8개는 현재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전파를 구석구석까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송신탑을 설치해야 하는 탓에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에 철탑이 자리 잡게 됐다. 한 지역 방송사 관계자는 "TV 방송은 물론 FM 라디오와 DMB 등 방송 콘텐츠 일체가 해당 철탑을 통해 송신되고, 이밖에 여러 가지 신호들을 중계하는 역할도 한다"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설치해야 난청 지역이 줄어드는데, 팔공산 비로봉은 경북 일대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어 최적지"라고 말했다.
비로봉에는 1960년대부터 군사시설 및 통신시설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철탑들도 1995년에 설치된 1개를 제외하면 모두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80년 이전에 설치됐다. 이로 인해 비로봉은 '팔공산 정상'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2009년 11월까지 시설 보호를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었다.

◆'철거해야' 목소리는 높은데…
팔공산이 대구경북을 상징하는 산인 만큼 비로봉 철탑 철거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구경실련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비로봉을 짓누르고 있는 9개의 철근덩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김범일 대구시장도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사용하지 않는 통신철탑과 건물을 조사해 우선 철거하고, 장기적으로 통신탑 이전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철탑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행정당국의 판단이다. 도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있던 민간시설이어서 임의로 손댈 수 없는 데다, 대체할 만한 송신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과 이동통신망의 특성상 철탑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송신수단은 인공위성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전이 그나마 가능한 대안이지만 이 경우에는 대체 부지 마련이 문제가 된다. 철탑을 세우려면 정비에 필요한 도로망과 시설물까지 함께 건설해야 하는데, 이 경우 또 다른 환경 훼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철탑 이전을 위해 팔공산 한가운데 도로나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하면 당장 환경영향평가부터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전 이후 방송·통신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비로봉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위치로 옮긴다면 자칫 전파 도달 권역은 줄어들고 시설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앞서가던 광주 무등산도 '난항'
2012년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정상부 정비를 꾀하던 광주 무등산도 비슷한 문제로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무등산에는 팔공산과 마찬가지로 정상부 장불재·중봉·북봉에 모두 6개 철탑이 설치돼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3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무등산국립공원 정상부 경관 및 자연환경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해 철탑을 모두 장성 불태산으로 옮기거나 2개로 통합해 장불재에 설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가운데 장불재로의 통합 이전안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광주시는 보고 있다.
그러나 25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찮아 사업은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비로 비용을 모두 대기는 어려워 방송·통신사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용 부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비 지원을 받기도 여의치 않아 협의만 계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통합 이전을 위해서는 철탑의 크기가 상당히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한 철탑에 기존 시설을 모두 이전하려면 방송과 통신의 전파 대역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출력도 더 키워야 하는데, 이 경우 100m가 넘는 대형 철탑이 필요할 수도 있어 경관 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
경북도 관계자는 "비로봉 철탑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다는 점에서 난제"라며 "우선 7월 착수할 공동 용역에 철탑 이전 문제를 포함해 대구시와 함께 중장기 과제로 대안을 논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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