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프랜차이즈 감독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위상이 매우 높지만 대우만큼은 선수보다 아랫자리다. 국내 프로야구만 해도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적지 않으나 감독은 계약금을 포함해도 수십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자리가 감독이다.

그러나 감독은 '아무나'의 자리가 아니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인기를 끈 선수가 은퇴 후 반드시 감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역 때는 빛을 보지 못했어도 감독이 된 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물론 선수나 지도자로 두루 자격과 매력을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선수 때 뛰어난 기록과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전술적 이해도, 팀 성적은 별개의 문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인선은 늘 말이 많다. 특히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감독 선임 방식이 유별나다.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일찌감치 재목을 골라 감독으로 키우는 방식을 고집한다.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는 1974년 은퇴하자마자 감독이 돼 큰 화제를 뿌렸다. 2002년 이후 세 차례나 감독이 된 하라 다쓰노리나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 요미우리 멤버들이 감독을 대물림하다시피 했다.

때로는 인기 영합적인 감독 선정이 팀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요미우리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해 쓸 수 있지만 감독 자리는 돈만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제 음주운전으로 전격 은퇴한 박한이 선수도 구단에서 지도자 재목으로 눈여겨보고 기대를 가진 선수였다. 그만큼 꾸준하고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는 뜻이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19년간 2천174안타(역대 3위)의 기록에다 7차례 리그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삼성 구단 네 번째 '영구 결번'(33번)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2011년 시즌부터 이어진 류중일-김한수 감독 체제에 이어 앞으로 이승엽이나 박한이 등 프랜차이즈 선수가 팀을 이끌어가는 계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구팬과 대구시민의 관심이 큰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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