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괴목 작업도 수행과정…죽은 나무에 생명 불어넣죠"

대비암 감원 법준 스님, 작품 70여점 만들어

파계사 대비암 감원 법준 스님이 미륵불상을 모신 괴목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석 기자
파계사 대비암 감원 법준 스님이 미륵불상을 모신 괴목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석 기자

"괴목 작업도 하나의 수행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고귀한 불사이기 때문이죠."

팔공산 파계사에 딸린 작은 암자인 대비암. "뚝딱! 뚝딱!" 암자 옆에 있는 허름한 비가림 천막 가건물 안에 60대 스님이 괴목 작업에 열중이다. 한참 동안 괴목의 나무껍질을 벗겨내더니 사포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무 분진이 공중을 날고 괴목은 점차 매끈하게 변했다. "두루미 모양의 새를 닮았구먼" 스님은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새 머리에 화룡정점으로 눈을 그려넣었다. 천상 두루미 한마리가 금방 하늘을 날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에서 괴목 작업을 하는 스님은 대비암 감원인 법준 스님이다. 비가림 가건물 앞에 붙여놓은 '나무와 새와 바람'이라는 갤러리 푯말이 이채롭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자연을 벗삼아 예술활동을 하는 스님의 기풍이 느껴진다. 갤러리 주변에는 바람소리, 산새소리, 물소리가 어울러진 자연의 하모니가 천상의 선율처럼 들린다.

괴목과 달마상
괴목과 달마상

"갤러리 입구에 매달아놓은 이 괴목은 용을 닮았지요. 기이한 괴목입니다. 여기 있는 괴목은 수령 150년이 넘은 고목 느티나무가 많아요. 괴목 안에 미륵불상을 모셔 놓으니 미륵불상이 새로운 세상에서 세상을 구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허름한 갤러리 안에는 스님이 5년 동안 작업한 진기한 괴목 작품이 가장자리에 나란히 진열돼 있다. 느티나무로 만든 괴목 작품만 30여 점 이른다. 크고 작은 괴목 작품은 스님의 땀이 밴 수행의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괴목의 문양태는 자연스럽고 비단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괴목 작품 속에 부처님불상, 미륵불상, 달마상, 동자상 등을 모셔놓아 색다른 불교세계를 표현하는 듯하다. 갤러리 중앙에는 소나무로 만든 갖가지 새 모양의 작품 40여 점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새 작품은 소나무 강솔로 만드는데 소나무 암이라하는 불룩한 모양이 새 몸통을 다듬기 적격이다. 새 모양 작품에는 학 모양, 두루미 모양, 독수리 모양, 부엉이 모양 등 자연의 새를 모두 모아놓은 듯하다.

소나무로 만든 새 모양
소나무로 만든 새 모양

"괴목의 소재인 느티나무는 뼈대가 강해 썩어도 무늬는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부드러운 질감과 아름다운 나이테에 이끌려 작업할 수록 더욱 매력을 느껴요."

스님은 아침공양이 끝나면 파계사 주변 산책길에 오른다. 어느날 산책 중에 죽은 고목 나무를 보고 용도를 생각하다 괴목 작품을 하게 됐다는 것. 스님은 한 때 사군자, 묵화 등 서예에 취미가 많았고 자연스레 괴목 작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괴목 작품은 고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더욱 경이롭다고 한다. 산에서 발견한 괴목은 작업장까지 운반이 가장 어렵다. 인부를 사서 하루종일 걸릴 때도 있단다.

"괴목은 그저 자연에서 온 것이잖아요. 자연 그대로 바라보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아요. 세상 사람들이 갤러리에 와서 편안하게 괴목을 보는 것만 해도 행복할 뿐입니다."

스님은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 가건물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 하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 아담한 전시장 하나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전시장을 통해 산사를 찾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에서다. 올해 수행생활 47년인 스님은 30여 년 전 대비암 창건 당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파계사 조실 청운 큰스님을 모시면서 암자를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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